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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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글로벌 투자자들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진단이 나왔다. 미국의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자산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서다. 주식과 채권 시장에 투자하기 전 시장 상태를 관망하기 위해 MMF에 투자금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3일까지 일주일간 미국 MMF에 유입된 자금이 786억달러를 기록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로써 MMF 자산 규모는 직전 주에 기록한 5조 8900억달러에서 5조 9650억달러로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투자금은 주로 현금이나 국채, 환매조건부채권(RP)에 투자하는 정부기금 MMF로 유입됐다. 정부기금 MMF는 이 기간 647억달러 증가하며 총자산이 4조 8878억달러로 증가했다. 회사채, 상업 어음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금융상품에는 103억달러가 유입되며 총자산 규모는 9617억달러를 기록했다.
다시 숨고르는 투자자들, 美 MMF 사상 최고액 경신
MMF는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채권 금리 등락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된다. 주로 국공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영해 안전자산으로 간주하지만, 수익률이 주식이나 주식형 펀드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해 미 중앙은행(Fed)이 고금리를 유지하면서 투자금이 MMF에 몰린 바 있다.

Fed가 통화정책을 전환(피벗)할 것이란 가능성이 커져도 투자금이 여전히 MMF로 유입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MMF의 수익률도 떨어진다. 인플레이션이 완화하는 추세를 보여도 Fed가 금리를 급격히 인하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 확산한 탓이다.

지난 3일 Fed가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Fed 위원들은 즉각적인 금리 인하에는 신중했다. 인플레이션 지속해서 하락하기 전까지 통화정책을 제약적으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시장에선 당분간 고금리가 유지될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Fed가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단기 수익률을 끌어올리려는 기관투자가들이 MMF 투자를 확대했다는 분석이다. 주식과 채권을 매수하기 전 단기 금융상품 투자로 고금리 혜택을 거두려는 전략이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의 재정위기도 변수로 꼽힌다. 장기 국채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MMF 투자 매력도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MMF의 수익률은 연 5%를 웃돌고 있다. 반면 4일 기준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4.38%를 기록했고, 5년 만기 국채는 연 3.98%로 집계됐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