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아이 경고→반도체 급락…12월 고용 '스윗 스폿'은?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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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목요일>
4일(미 동부시간) 새벽 유럽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예상처럼 반등했습니다.
독일의 12월 소비자물가(CPI)는 헤드라인 수치가 1년 전보다 3.7% 올라 11월의 3.2%보다 높아졌습니다. 5개월 하락 추세가 꺾였습니다. 2022년 12월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에너지 가격을 낮췄는데, 그에 따른 역 기조효과가 나타난 탓이 컸습니다. 프랑스에서도 12월 헤드라인 CPI가 4.1%로 11월의 3.9%보다 높아졌습니다. 시장에선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기저효과가 컸고,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하락 추세를 이어간 덕분입니다. 독일의 경우 11월 3.8%에서 12월 3.5%로 떨어졌습니다. 부진한 유럽 경제도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입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닙니다. ING는 "인플레이션 재가속은 ECB의 금리 인하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화한다.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첫 번째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시장 기대는 뒤로 밀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럽뿐이 아닙니다. 오는 11일 발표될 미국의 12월 CPI도 헤드라인 수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12월 물가를 3.32%로 추정합니다. 11월에는 3.1%였습니다.
어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로 인해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4년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는 했지만,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해선 "높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언급한 탓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회의록에서 올해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지만 그렇게 할지와 그 정도는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FOMC 참가자들은 정책 경로가 경제 진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은 올해 5~6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자기들은 올해 하반기 인하를 시작해 2~3차례 내릴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시장 예상이 틀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004년부터 과거 20년간 매년 초 시장에서의 기준금리 예측과 그해 말 실제 기준금리를 따져보니 평균 격차가 100bp에 육박했다는 것입니다. 10bp 이내로 맞춘 적이 딱 3번 밖에 없었습니다. JP모건은 Fed가 완화할 때나 긴축할 때나 시장은 모두 비슷하게 틀렸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FOMC 회의록이 나온 뒤에도 계속해서 오는 3월부터 5차례 인하 전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온 경제 데이터들도 Fed가 급하게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① 예상 넘은 민간고용
고용정보업체 ADP가 내놓은 12월 민간고용은 16만4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13만 명, 11월 10만1000명을 크게 웃돌면서 지난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서비스 분야에서 15만5000명, 상품 분야에서는 9000명이 늘었습니다. 다행히 임금 상승세는 둔화세를 이어갔습니다. 12월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11월 5.6%) 올랐습니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이직자들의 경우 8.0%(8.3%) 상승했고요.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전과 매우 비슷한 노동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고,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 위험은 거의 사라졌다"라고 밝혔습니다.
ADP 데이터는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보고서와 상관관계가 낮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용 데이터는 일관되게 노동 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② 해고 계속 감소
지난주(~12월 30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18000건 줄어든 20만2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 가장 적은 것입니다. 월가 예상은 21만5000건이었습니다. 2주 이상 계속 청구한 지속 청구 건수는 한 주 전보다 3만1000건 감소한 1855만 건으로 6주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노동 시장이 계속 탄탄한 것이죠. 이와 별도로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발표한 기업들의 12월 감원 계획은 3만4817명으로 전월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4만3651명)에 비해서도 20% 감소한 수준입니다. 앤디 챌린저 부사장은 "2023년 말로 가면서 감원 계획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고용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왜 기업은 해고하는 분위기가 아닐까'(Why Companies Still Aren’t in a Firing Mood)라는 기사에서 원인을 기업들이 경제에 자신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4분기에 열린 기업 콘퍼런스콜 가운데 ‘경기 침체’라는 단어가 한 번 이상 언급된 경우는 239건에 그쳤습니다. 2022년 4분기의 790건보다 훨씬 줄어든 수치입니다.
③ 서비스업 업황 개선
S&P글로벌의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0.6포인트 상승한 51.4를 기록했습니다. 석 달 연속 상승해 5개월 내 최고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제조업 PMI는 부진하지만, 서비스업은 확장 국면에서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이죠. 세부 지수중 신규주문은 가속화되어 6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고용, 지불물가도 높아졌습니다. 다행인 건 판매 가격은 완화했다는 것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은 불황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라면서 "올해 금리 인하 기대와 고객 수요 증가로 기업 낙관론은 높아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링겐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데이터에는 Fed가 1분기에 금리를 낮춰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할 시급함을 암시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 베팅이 65%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90%에 육박했었습니다. 또 현재 올해 140bp 안팎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데요. 이것도 15bp 이상 후퇴한 것입니다.
강한 데이터와 약화한 Fed 금리 인하 기대는 금리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유럽 인플레이션 데이터로 인해 오름세로 출발한 뒤 계속 상승 폭을 넓혔습니다. 결국, 오후 4시 45분께 미 국채 10년물은 9.6bp 오른 4.003%에 거래됐고 2년물은 6.7bp 상승한 4.385%를 기록했습니다. 금리가 4%를 넘으면서 새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자 국채 공급에 대한 걱정도 나왔습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새해 둘째 날인 어제 34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석 달 만에 1조 달러가 추가됐습니다. 늘어나는 국채에 국채 이자까지 급증하면서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탓입니다. 미 정부는 국채 이자 지급에만 하루 20억 달러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돈은 더 많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 재무부는 이달 말 다음 분기(2~4월) 국채를 얼마나 찍을지 알리는 분기국채발행계획(QRA)를 발표합니다. 작년 11월 국채 금리의 급등은 작년 10월 말 QRA 발표가 촉발했지요.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할 때(국채 수요가 강할 때)는 공급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지만, 금리가 상승한다면(수요가 약화하면) 공급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도 다시 회자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는 작년 11월 국방, 농업, 재향군인 문제, 교통, 주택 및 에너지부 등 우선순위에 대한 예산 지원을 1월 19일까지 연장했습니다. 나머지 부처에 대한 예산은 2월 2일까지 연장했고요. 호재(?)도 있었습니다. 어제 이란에서 발생한 군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추모식에서의 폭탄 테러와 관련,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며 보복을 예고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었는데, 범인이 따로 나타난 것이죠. IS는 이란 등 시아파 국가에서 테러를 저지른 바 있습니다. 물론 이란과 IS의 근거지인 시아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갈등은 커질 수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새벽에 배럴당 74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71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결국, 0.70% 내린 배럴당 72.1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휘발유 재고가 1000만 배럴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550만3000배럴 감소해 예상(270만 배럴 감소)보다 더 많이 줄었습니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한 주간 1090만 배럴(예상 40만 배럴 증가)이나 늘었습니다. 여기에 이란 테러를 IS가 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34% 내렸고 나스닥은 0.56%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0.03%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새해 들어 거의 2% 하락해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나스닥은 5일 연속 내렸는데, 이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긴 연속 내림세입니다. 애플이 1.27% 떨어지면서 큰 폭의 내림세를 이어간 것이 나스닥이 상대적으로 더 약세를 보인 원인입니다. 애플의 주가는 8주 최저로 내려왔습니다. 오늘은 파이퍼 샌들러가 애플에 대한 투자 등급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가도 220달러에서 205달러로 낮췄습니다. 새해 첫날 바클레이스가 '중립'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낮춘 데 이어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파이퍼 샌들러는 △애플의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 △아이폰 판매 부진 △중국 거시경제 둔화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2020년부터 애플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해온 하시 쿠마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재고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판매량 증가율도 정점에 달했다. 중국의 악화하는 거시경제 환경도 애플의 아이폰 사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에 대해 매수 의견을 가진 월가 금융사는 33곳으로 3년 이내에 가장 적습니다. 아마존의 68곳, 메타 66곳, 엔비디아 59곳에 크게 못 미칩니다.
메타(-0.72%)의 경우 마크 저커버그 CEO가 두 달 연속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는 소식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거의 매일 1000만 달러 이상을 매각해 총 4억 달러 이상을 챙겼습니다. 지난해 주가가 3배 가까이 오르자 주식을 판 것이죠. 반도체 주식들도 상당수가 급락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모빌아이(-24.55%)가 고객의 반도체 재고 과잉으로 인해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탓입니다. 1분기 영업 손실도 2억5700만~2억42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모빌아이는 "고객사의 초과 재고를 인지하게 됐다. 고객사들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해 모빌아이의 반도체를 비축해왔다. 그런데 공급망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고객사들은 1분기에 초과 재고의 대부분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팬데믹이 터진 뒤 자동차 공급망은 엉망이 되었고, 완성차 업체들은 최대한 재고를 확보해왔죠. 그런데 공급망이 정상화되자 재고부터 소진하기 위해 신규주문을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온세미(-3.92%), NXP반도체(-3.85%) 등도 작년 10월 컨퍼런스콜 때 이런 문제를 털어놓았다가 폭락했었습니다. 오늘도 급락했지요.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콘 애널리스트는 "산업 및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조정이 안타깝게도 끝보다는 시작에 더 가깝다"라며 NXP에 대해 중립을 유지했습니다. 소비재 주식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세계 30여 국에서 영업하는 프랑스계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펩시코(-0.86%)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여파입니다. 까르푸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에서 펩시콜라 세븐업 등 청량음료와 도리토스, 치토스 등 스낵, 립튼 차 등을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펩시코 측의 계속되는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죠. 이는 펩시코가 지난 2년 동안 청량음료, 스낵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지속해서 올려온 데 따른 반작용입니다. 펩시코는 2022년 1분기부터 분기마다 가격을 10% 이상 올려왔습니다(혹은 그만큼 제품의 양을 줄였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펩시코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는 이익 감소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가의 펀더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지면서 마진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이익 감소는 올해 증시의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는 내일 아침에 발표될 노동부의 12월 고용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신규고용이 약 17만 개 증가하는 것입니다. 11월 19만9000개보다는 줄어드는 것이죠. 또 실업률은 11월 3.7%에서 3.8%로 소폭 상승하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1월의 0.4%에서 0.3%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11월의 4%에서 3.9%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요.
골드만삭스는 신규고용을 19만 개, 실업률은 3.7%로 예상합니다. 임금 상승률은 0.3% 오를 것으로 보고요.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많은 채용 공고와 낮은 해고율, 그리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상태여서 노동 시장은 2024년에도 꾸준한 일자리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규고용이 자신들의 예상인 17만5000개와 비슷하게 나오면 "Fed는 노동 시장이 점차 더 나은 균형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2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되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시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뒤로 미루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식, 채권에서 뚜렷한 매도세를 부를 것으로 봤습니다. 반면 15만 개 이하의 신규고용이 나오면 더 빠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4일(미 동부시간) 새벽 유럽에서 나온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예상처럼 반등했습니다.
독일의 12월 소비자물가(CPI)는 헤드라인 수치가 1년 전보다 3.7% 올라 11월의 3.2%보다 높아졌습니다. 5개월 하락 추세가 꺾였습니다. 2022년 12월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에너지 가격을 낮췄는데, 그에 따른 역 기조효과가 나타난 탓이 컸습니다. 프랑스에서도 12월 헤드라인 CPI가 4.1%로 11월의 3.9%보다 높아졌습니다. 시장에선 크게 걱정하진 않았습니다. 기저효과가 컸고,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하락 추세를 이어간 덕분입니다. 독일의 경우 11월 3.8%에서 12월 3.5%로 떨어졌습니다. 부진한 유럽 경제도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긍정적 요인입니다.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불거진 것은 아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서둘러 금리를 내릴 상황은 아닙니다. ING는 "인플레이션 재가속은 ECB의 금리 인하 결정을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화한다.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달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첫 번째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시장 기대는 뒤로 밀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럽뿐이 아닙니다. 오는 11일 발표될 미국의 12월 CPI도 헤드라인 수치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인플레이션 나우캐스팅'은 12월 물가를 3.32%로 추정합니다. 11월에는 3.1%였습니다.
어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공개로 인해 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2024년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는 했지만,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해선 "높은 불확실성"이 있다고 언급한 탓입니다.
야데니 리서치는 "회의록에서 올해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지만 그렇게 할지와 그 정도는 데이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FOMC 참가자들은 정책 경로가 경제 진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 그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시장은 올해 5~6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만 자기들은 올해 하반기 인하를 시작해 2~3차례 내릴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시장 예상이 틀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2004년부터 과거 20년간 매년 초 시장에서의 기준금리 예측과 그해 말 실제 기준금리를 따져보니 평균 격차가 100bp에 육박했다는 것입니다. 10bp 이내로 맞춘 적이 딱 3번 밖에 없었습니다. JP모건은 Fed가 완화할 때나 긴축할 때나 시장은 모두 비슷하게 틀렸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골드만삭스는 FOMC 회의록이 나온 뒤에도 계속해서 오는 3월부터 5차례 인하 전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늘 나온 경제 데이터들도 Fed가 급하게 금리를 낮출 이유가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① 예상 넘은 민간고용
고용정보업체 ADP가 내놓은 12월 민간고용은 16만4000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13만 명, 11월 10만1000명을 크게 웃돌면서 지난 8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기록했습니다. 서비스 분야에서 15만5000명, 상품 분야에서는 9000명이 늘었습니다. 다행히 임금 상승세는 둔화세를 이어갔습니다. 12월 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11월 5.6%) 올랐습니다. 이는 2021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것입니다. 이직자들의 경우 8.0%(8.3%) 상승했고요. 넬라 리처드슨 ADP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팬데믹 이전과 매우 비슷한 노동 시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고, 임금 주도 인플레이션 위험은 거의 사라졌다"라고 밝혔습니다.
ADP 데이터는 노동부가 발표하는 고용보고서와 상관관계가 낮습니다. 하지만 최근 고용 데이터는 일관되게 노동 시장이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② 해고 계속 감소
지난주(~12월 30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18000건 줄어든 20만2000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작년 10월 중순 이후 가장 적은 것입니다. 월가 예상은 21만5000건이었습니다. 2주 이상 계속 청구한 지속 청구 건수는 한 주 전보다 3만1000건 감소한 1855만 건으로 6주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노동 시장이 계속 탄탄한 것이죠. 이와 별도로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발표한 기업들의 12월 감원 계획은 3만4817명으로 전월 대비 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 동기(4만3651명)에 비해서도 20% 감소한 수준입니다. 앤디 챌린저 부사장은 "2023년 말로 가면서 감원 계획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고용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왜 기업은 해고하는 분위기가 아닐까'(Why Companies Still Aren’t in a Firing Mood)라는 기사에서 원인을 기업들이 경제에 자신감을 느끼기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4분기에 열린 기업 콘퍼런스콜 가운데 ‘경기 침체’라는 단어가 한 번 이상 언급된 경우는 239건에 그쳤습니다. 2022년 4분기의 790건보다 훨씬 줄어든 수치입니다.
③ 서비스업 업황 개선
S&P글로벌의 1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보다 0.6포인트 상승한 51.4를 기록했습니다. 석 달 연속 상승해 5개월 내 최고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제조업 PMI는 부진하지만, 서비스업은 확장 국면에서 더 나아지고 있는 것이죠. 세부 지수중 신규주문은 가속화되어 6개월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습니다. 고용, 지불물가도 높아졌습니다. 다행인 건 판매 가격은 완화했다는 것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은 불황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라면서 "올해 금리 인하 기대와 고객 수요 증가로 기업 낙관론은 높아지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BMO 캐피털 마켓의 이안 링겐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데이터에는 Fed가 1분기에 금리를 낮춰 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할 시급함을 암시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Fed 워치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 베팅이 65%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90%에 육박했었습니다. 또 현재 올해 140bp 안팎의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데요. 이것도 15bp 이상 후퇴한 것입니다.
강한 데이터와 약화한 Fed 금리 인하 기대는 금리 상승을 부추겼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유럽 인플레이션 데이터로 인해 오름세로 출발한 뒤 계속 상승 폭을 넓혔습니다. 결국, 오후 4시 45분께 미 국채 10년물은 9.6bp 오른 4.003%에 거래됐고 2년물은 6.7bp 상승한 4.385%를 기록했습니다. 금리가 4%를 넘으면서 새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자 국채 공급에 대한 걱정도 나왔습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새해 둘째 날인 어제 34조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석 달 만에 1조 달러가 추가됐습니다. 늘어나는 국채에 국채 이자까지 급증하면서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있는 탓입니다. 미 정부는 국채 이자 지급에만 하루 20억 달러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돈은 더 많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 재무부는 이달 말 다음 분기(2~4월) 국채를 얼마나 찍을지 알리는 분기국채발행계획(QRA)를 발표합니다. 작년 11월 국채 금리의 급등은 작년 10월 말 QRA 발표가 촉발했지요.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하락할 때(국채 수요가 강할 때)는 공급에 대한 걱정이 별로 없지만, 금리가 상승한다면(수요가 약화하면) 공급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연방정부 폐쇄 가능성도 다시 회자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는 작년 11월 국방, 농업, 재향군인 문제, 교통, 주택 및 에너지부 등 우선순위에 대한 예산 지원을 1월 19일까지 연장했습니다. 나머지 부처에 대한 예산은 2월 2일까지 연장했고요. 호재(?)도 있었습니다. 어제 이란에서 발생한 군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추모식에서의 폭탄 테러와 관련,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며 보복을 예고해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었는데, 범인이 따로 나타난 것이죠. IS는 이란 등 시아파 국가에서 테러를 저지른 바 있습니다. 물론 이란과 IS의 근거지인 시아파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갈등은 커질 수 있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새벽에 배럴당 74달러 선까지 올랐다가 71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를 탔습니다. 결국, 0.70% 내린 배럴당 72.19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휘발유 재고가 1000만 배럴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550만3000배럴 감소해 예상(270만 배럴 감소)보다 더 많이 줄었습니다. 반면 휘발유 재고는 한 주간 1090만 배럴(예상 40만 배럴 증가)이나 늘었습니다. 여기에 이란 테러를 IS가 했다는 소식까지 나오면서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결국, S&P500 지수는 0.34% 내렸고 나스닥은 0.56% 하락했습니다. 다우는 0.03%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새해 들어 거의 2% 하락해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시작했습니다. 나스닥은 5일 연속 내렸는데, 이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긴 연속 내림세입니다. 애플이 1.27% 떨어지면서 큰 폭의 내림세를 이어간 것이 나스닥이 상대적으로 더 약세를 보인 원인입니다. 애플의 주가는 8주 최저로 내려왔습니다. 오늘은 파이퍼 샌들러가 애플에 대한 투자 등급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하고 목표가도 220달러에서 205달러로 낮췄습니다. 새해 첫날 바클레이스가 '중립'에서 '비중 축소'(underweight)로 낮춘 데 이어 부정적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파이퍼 샌들러는 △애플의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 △아이폰 판매 부진 △중국 거시경제 둔화 등을 이유로 제시했습니다. 2020년부터 애플에 대해 매수 의견을 유지해온 하시 쿠마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재고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판매량 증가율도 정점에 달했다. 중국의 악화하는 거시경제 환경도 애플의 아이폰 사업에 부담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에 대해 매수 의견을 가진 월가 금융사는 33곳으로 3년 이내에 가장 적습니다. 아마존의 68곳, 메타 66곳, 엔비디아 59곳에 크게 못 미칩니다.
메타(-0.72%)의 경우 마크 저커버그 CEO가 두 달 연속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있다는 소식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거의 매일 1000만 달러 이상을 매각해 총 4억 달러 이상을 챙겼습니다. 지난해 주가가 3배 가까이 오르자 주식을 판 것이죠. 반도체 주식들도 상당수가 급락했습니다. 전날 장 마감 뒤 모빌아이(-24.55%)가 고객의 반도체 재고 과잉으로 인해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한 탓입니다. 1분기 영업 손실도 2억5700만~2억42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자율주행 등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모빌아이는 "고객사의 초과 재고를 인지하게 됐다. 고객사들은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인해 모빌아이의 반도체를 비축해왔다. 그런데 공급망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고객사들은 1분기에 초과 재고의 대부분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팬데믹이 터진 뒤 자동차 공급망은 엉망이 되었고, 완성차 업체들은 최대한 재고를 확보해왔죠. 그런데 공급망이 정상화되자 재고부터 소진하기 위해 신규주문을 줄이고 있는 것입니다. 온세미(-3.92%), NXP반도체(-3.85%) 등도 작년 10월 컨퍼런스콜 때 이런 문제를 털어놓았다가 폭락했었습니다. 오늘도 급락했지요.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콘 애널리스트는 "산업 및 자동차 반도체 시장의 조정이 안타깝게도 끝보다는 시작에 더 가깝다"라며 NXP에 대해 중립을 유지했습니다. 소비재 주식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세계 30여 국에서 영업하는 프랑스계 유통업체인 까르푸가 펩시코(-0.86%)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기로 한 여파입니다. 까르푸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에서 펩시콜라 세븐업 등 청량음료와 도리토스, 치토스 등 스낵, 립튼 차 등을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펩시코 측의 계속되는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죠. 이는 펩시코가 지난 2년 동안 청량음료, 스낵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지속해서 올려온 데 따른 반작용입니다. 펩시코는 2022년 1분기부터 분기마다 가격을 10% 이상 올려왔습니다(혹은 그만큼 제품의 양을 줄였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펩시코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하자 기업들의 가격결정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줍니다. 이는 이익 감소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주가의 펀더멘털이 흔들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이탈 날리지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 어려워지면서 마진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이익 감소는 올해 증시의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월가는 내일 아침에 발표될 노동부의 12월 고용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월가 컨센서스는 신규고용이 약 17만 개 증가하는 것입니다. 11월 19만9000개보다는 줄어드는 것이죠. 또 실업률은 11월 3.7%에서 3.8%로 소폭 상승하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11월의 0.4%에서 0.3%로 완화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연간으로 따지면 11월의 4%에서 3.9%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요.
골드만삭스는 신규고용을 19만 개, 실업률은 3.7%로 예상합니다. 임금 상승률은 0.3% 오를 것으로 보고요.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은 "여전히 많은 채용 공고와 낮은 해고율, 그리고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진 상태여서 노동 시장은 2024년에도 꾸준한 일자리 증가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신규고용이 자신들의 예상인 17만5000개와 비슷하게 나오면 "Fed는 노동 시장이 점차 더 나은 균형으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2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창출되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시장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뒤로 미루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주식, 채권에서 뚜렷한 매도세를 부를 것으로 봤습니다. 반면 15만 개 이하의 신규고용이 나오면 더 빠른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