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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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유통공룡인 까르푸가 거듭된 가격 인상에 반발해 일부 국가에서 펩시코 제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식음료 업계의 '슈링크플레이션'(용량은 줄이고 가격은 유지) 논란 속에 내린 결정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까르푸는 "더 이상 펩시코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부착될 것"이라며 "용납할 수 없는(unacceptable) 가격 인상 때문"이라고 밝혔다.

까르푸는 전 세계 30개국에서 1만434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번 조치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까르푸 9000여개 매장에서 시행된다. 레이즈, 도리토스, 베너넛츠, 알바레 가스파초, 립톤, 펩시, 세븐업, 퀘이커 등 펩시코의 주요 브랜드 제품이 대거 판매 중단 명단에 포함됐다.

펩시코 대변인은 "수개월 동안 까르푸와 관련 사안을 논의해 왔다"며 "앞으로도 우리 제품이 판매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은 지난해 1~9월 기준 펩시코 전체 매출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 4개국의 매출은 전체의 0.25% 수준으로 추정된다.

펩시코 등 식료품 업체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과 인건비·원자재 인상 등을 이유로 지난 2년간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해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진정된 이후에도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과도함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해 6월 물가 수준을 지키지 않는 기업으로 유니레버, 네슬레, 펩시코를 지목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까르푸의 알렉상드르 봉파르 최고경영자(CEO)는 "원자재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비재 회사들이 수천 가지 필수품 가격을 인하하려는 노력에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까르푸는 지난해 9월부터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에 안내 스티커를 부착해왔다. '이 제품의 부피나 무게가 감소했다' 식이다. 이런 행보는 소비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WSJ은 "2년이 넘는 가격 인상 이후 식료품 제조사와 판매업체 간 보기 드문 공개적인 대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