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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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일부 투자은행(IB)들이 여전히 중국 경기 반등에 베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에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쏟아낼 거란 기대감에서다.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역사적 저점을 기록하고 있어 매수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금융 시장으로 직접 뛰어든 사례도 나왔다. 씨티은행은 올해 말까지 중국에서 자회사를 출범시켜 현지에서의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JP모간·골드만 “올해 中증시 18% 상승”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간체이스와 골드만삭스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중국 지수가 올해 중 작년 12월 대비 18%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MSCI 중국 지수는 세계 최대 주가지수 산출 업체인 MSCI가 제공하는 지표로, 외국인 투자 자금의 벤치마크로 사용된다.

소시에테제네랄의 글로벌 자산 배분 부문 책임자인 알랭 보콥자는 이런 상황을 아일랜드 작가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에 비유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마지막 장면까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보콥자는 “우리는 헛된 기대를 품고 한동안 중국 주식에 대해 전술적 ‘비중확대’(overweight)를 유지했고, 이는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고도를 기다리듯' 오매불망…中경기회복 희망 못 놓는 월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선 기록적인 외국인 매도세가 나타났다. FT가 스톡커넥트(중국 본토 증시와 홍콩 증시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에 기반해 계산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307억위안(약 5조6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나마 유입됐던 자금도 거의 90%가 다시 유출됐다.

일부 펀드 매니저들은 지금이 중국 주식을 저가 매집할 기회라고 주장한다. 정부의 강력한 재정·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MSCI 중국 지수는 지난해 13% 넘게 주저앉으며 반등에 실패했다. 2021년 고점과 비교하면 57% 떨어진 상태다.

미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에르메스의 신흥시장 부문 책임자 쿤잘 갈라는 “‘중국은 투자 가치가 없다’는 다수 의견에 우리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중국에선 오히려 우호적인 위험 보상 환경이 형성돼 있다”며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나 칩 제조 등 분야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활약하며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아문디의 신흥시장 매크로·전략 책임자인 알레시아 베라르디도 “기업의 질은 기업가치에 모두 반영되지 않는다”며 “아문디는 자동화, 로봇공학, 친환경 기술 등 중국이 상당한 진전을 보인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했다. 주피터자산운용의 신흥시장 국채 책임자인 알레한드로 아라벨로는 “경기 부양을 위해 더 많이 개입할 의향이 있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은 고무적”이라며 “대중국 투자 심리는 바닥을 쳤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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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 경제 전반에 대한 전망은 올해에도 그다지 밝지 않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달 초 중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지방 정부 부채 위기가 중기 경제 성장률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JP모간, 골드만삭스와 달리 모건스탠리는 MSCI 중국 지수 상승률이 7%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오는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까진 투자자들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은 통상 양회에서 한 해 동안의 경제 운용 방향과 성장률 목표치, 예산안 등을 발표한다.

중국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의 케빈 리우 주식 전략가는 “양회 전까지는 정책적 공백기가 유지될 것이며, 이 기간 시장 흐름을 뒤바꿀 만한 획기적인 정책이 나오긴 어렵다”고 했다. JP모간의 웬디 류 중국 주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부정적 이슈와 관련해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어떤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한다”고 짚었다.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대세 역행하는 씨티…中사업 확대

이날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씨티은행이 올 연말까지 중국에서 100% 자회사를 세우고 기업 대출 등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이미 중국 증권관리감독위원회에 투자 중개업 면허를 신청했고, 지난달 말 조건부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가까이 중국에서 영업 활동을 벌여 온 골드만삭스나 JP모간체이스가 중국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이들 두 IB가 지난해 중국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상장을 주관한 기업 수는 3곳에 그쳤다.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돌입한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프레이저는 지난해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찾았을 당시 그와의 만찬에 참석했던 거물급 CEO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직접 중국을 찾아 규제 당국 관계자들과 대면하기도 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