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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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나체 사진 제작을 의뢰해 휴대전화에 보관한 대학생이 대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았다. 범행 당시에는 그런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는 음화제조교사·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4월부터 11월까지 사회관계망을 통해 알게 된 성명불상자에게 여성 지인들의 얼굴이 합성된 나체사진을 17차례 의뢰해 제작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하철과 강의실 등에서 6차례 여성들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은 경찰이 수사하다가 A씨가 군에 입대하면서 군검찰로 넘어갔다. 군사법원은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2심 모두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형법 244조는 문서, 도화, 필름 등 '음란한 물건'을 제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데 대법원 판례는 컴퓨터 파일을 음란한 물건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에 대법원은 음화제조교사죄로 A씨를 처벌할 수 없다고 보고 원심의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2020년 3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개정으로 음란합성사진 제작을 의뢰한 사람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생겼다. 하지만 이 법이 생기기 전에 이뤄진 A씨의 범행에는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은 경찰이 불법 촬영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별도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이 과정에서 A씨에게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것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통해 불법 촬영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부분도 파기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