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브렉시트 초래한 건 옥스퍼드 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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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초엘리트
사이먼 쿠퍼 지음 / 김양욱·최형우 옮김
글항아리 / 288쪽│1만8000원
학연·지연·인종으로 뭉쳤던
1980년대 '옥스퍼드 서클'
"공부 아닌 정치놀이에만 몰두
영국의 현실 알고도 외면했다"
사이먼 쿠퍼 지음 / 김양욱·최형우 옮김
글항아리 / 288쪽│1만8000원
학연·지연·인종으로 뭉쳤던
1980년대 '옥스퍼드 서클'
"공부 아닌 정치놀이에만 몰두
영국의 현실 알고도 외면했다"
![[책마을] "브렉시트 초래한 건 옥스퍼드 엘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490978.1.jpg)
![[책마을] "브렉시트 초래한 건 옥스퍼드 엘리트"](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490970.1.jpg)
옥스퍼드는 학생 선발 때부터 대놓고 중산층과 상류층 사립학교 출신 백인 남성을 선호했다. ‘통치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공부는 뒷전이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은 낮은 계급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끼리끼리 어울리며 인맥을 쌓았고, 영국 하원을 본뜬 ‘옥스퍼드 유니언’에서 정치 놀음을 했다.
책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영국 보수당 리더십 혼란 등의 뿌리도 1980년대 옥스퍼드에서 찾는다. 브렉시트를 이끈 보리스 존슨과 그 동년배들이 이때 옥스퍼드를 다녔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안을 깊이 알 필요 없이 토론에 이기기 위해 말만 잘하면 된다고 믿었다. 영국은 자기네가 다스리는 곳으로 유럽연합(EU)의 간섭은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비록 대다수 옥스퍼드 출신은 EU 잔류를 선호했지만, 브렉시트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주도한 것도 옥스퍼드 출신이었다.
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국가의 미래를 놓고 깊이 있게 고민한 것도 아니었다. 열심히 한 건 오로지 ‘정치’였다. 옥스퍼드의 유서 깊은 토론 모임인 옥스퍼드 유니언이 그 무대였다. 회장, 사무총장, 총무, 도서관장을 8주에 한 번씩 선출한다. 그때마다 선거전이 벌어지고, 동맹과 배신이 일어난다. 서운한 감정이 오래가지도 않는다. 다음번 선거에선 그때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시 손을 잡기도 한다.
하원처럼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앉고 서로를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부른다. 의회를 본떴지만, 실제 옥스퍼드 학생회는 따로 있기에 권한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더욱 진지한 정책 논의보다는 수사(修辭)에 집중했다. EU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앤서니 가드너는 옥스퍼드 유학 시절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유니언은 사실에 대한 정확성보다 번득이는 재치에 더 가치를 두었어요. 많은 미국 학생이 토론 시간에 지루하게 통계 자료를 읽으면 가엾게도 혹독한 비판이 쏟아졌던 게 기억납니다.”
‘어떤 리더를 길러내고 있는가.’ 책이 던지는 질문은 우리에게도 시의적절하다.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젊은이가 필요하지만 자기들만의 세상에 갇히게 해선 안 된다. 개인의 영달만 바라는 사회가 돼서도 안 된다. 영국의 현실을 말하는 책이지만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