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연초부터 4000억 '잭팟'…美제약사에 희귀비만약 기술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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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 억제 못하는 유전병 치료제
리듬파마에 개발권·판매권 이전
선급금만 1300억…임상2상 단계
통풍약 등 자체 신약 개발도 탄력
![LG화학, 연초부터 4000억 '잭팟'…美제약사에 희귀비만약 기술수출](https://img.hankyung.com/photo/202401/AA.35491554.1.jpg)
LG화학이 조건 없이 확보한 선급금은 1억달러다. 계약 성사 직후 4000만달러는 현금으로, 2000만달러는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리듬파마 주식으로 지급된다. 나머지 선급금 4000만달러는 1년6개월 뒤 추가 지급된다. LB54640이 시판 허가를 받을 때까지 단계별로 2억500만달러를 더 받게 된다. 매출의 일정 비율도 로열티로 받을 수 있다.
신약 기술수출 선급금은 개발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실패 위험이 낮을수록 조건 없이 오가는 ‘몸값’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번 계약 선급금은 전체의 33%에 이른다. 업체 관계자는 “LB54640은 리듬파마에서 2022년 출시한 ‘임시브리’와 같은 계열의 먹는 약”이라며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고 했다.
희귀비만증은 포만감 신호를 주는 멜라노코르틴4 수용체(MC4R) 유전자 등의 변이 탓에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어릴 때 증상이 시작되는데, 비만이 점차 심해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LB54640은 MC4R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도록 돕는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임상 2상 시험에 진입했다. 임상 1상에서 매일 한 번 28일간 복용해 최대 3% 체중이 줄어드는 등 신약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물질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다.
상용화된 희귀비만증 치료제는 주사제인 임시브리뿐이다. LB54640은 같은 계열의 세계 첫 먹는 약이다. 임시브리로 희귀비만약 시장 선도 기업이 된 리듬파마가 LB54640 개발에 나서면서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손지웅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장은 “리듬파마는 LB54640의 성공적 개발을 위한 최적의 파트너”라고 했다.
LG화학은 이번 기술수출로 신약 개발 역량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국내 기업 중 신약개발 업력이 가장 긴 LG화학은 1997년 영국 GSK(옛 스미스클라인비참)에 항생제 개발권을 이전하는 3775만달러 규모 계약을 맺으면서 기술수출 포문을 열었다. 2007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간질환 신약을 수출하면서 맺은 2억달러 규모 계약이 가장 큰 거래였다.
자체 개발 신약도 늘고 있다. 통풍약 ‘티굴릭소타트’는 미국 유럽 등에서 외부 기업 도움 없이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2028년께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포함해 2030년까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5개 신약을 출시해 매출 2조원을 넘기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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