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패티 굽기 '척척'…햄버거 본고장 노리는 K주방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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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로봇 개발·양산한 에니아이 황건필 대표
美에 본사…현지 프랜차이즈 공략
잡초처럼 생존…기초체력 키워
이달 1200만달러 투자 유치 예정
주방로봇 개발·양산한 에니아이 황건필 대표
美에 본사…현지 프랜차이즈 공략
잡초처럼 생존…기초체력 키워
이달 1200만달러 투자 유치 예정
한 시간에 햄버거 패티 200개를 조리한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1분 만에 두툼한 패티 양면을 구워낸다. 주방 로봇 스타트업 에니아이가 개발한 인공지능(AI) 햄버거 패티 조리 로봇 ‘알파 그릴’이다. 비전 센서를 이용한 카메라로 패티의 굽기 정도를 확인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사진)는 “조리에 특화된 로봇을 양산하는 것은 에니아이가 국내 최초”라며 “고온의 유·수증기에 노출되는 주방에서 사람만큼 성능을 내며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팔을 가져와 치킨이나 피자 조리에 적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조리 전반에 특화된 로봇을 개발한 것은 에니아이가 처음이다.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주방 로봇 양산에 들어간다. 이달 인천 부평에 있는 1983㎡(약 600평) 규모 생산 공장에서 알파그릴 양산을 시작한다. 연간 500~1000대 생산이 가능하다.
롯데리아, 크라이치즈버거 등에 납품하기로 계약하며 3년간의 생산 물량을 확보했다. 시제품도 없이 설계 도면만 들고 고객사 영업을 뛴 결과다. 크라이치즈버거와 롯데리아에서 음식 재료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제품 성능을 고도화했다.
KAIST에서 AI·인지시스템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황 대표는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에서 사업성을 발견했다. 그는 “제조업, 물류에 이어 요식업에서도 큰 시장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서두르는 투자 유치에도 신중했다. 그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검증한 상태에서 투자받고 싶었다”며 “투자금도 없이 그야말로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았다”고 했다. 실제 창업경진대회 상금, 팁스(TIPS) 등 정부 과제를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며 외부 투자 없이 2년 넘게 버텼다.
회사는 지난해 초 롯데벤처스와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300만달러(약 4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1년 만인 이달 1200만달러(약 157억원) 규모로 프리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기존 투자자인 캡스톤파트너스 외에 SV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미국 벤처캐피털(VC) 이그나이트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햄버거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겨냥해 2022년 말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했다. 시드 라운드부터 글로벌 계약서로 투자받아 해외 VC가 들어오는 데 걸림돌이 없게 했다.
에니아이는 조리 로봇을 파는 대신 월 181만5000원의 구독료를 받고 대여한다. 전 세계 햄버거 매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의 프랜차이즈 두 곳에서 제품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지난 4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난 황건필 에니아이 대표(사진)는 “조리에 특화된 로봇을 양산하는 것은 에니아이가 국내 최초”라며 “고온의 유·수증기에 노출되는 주방에서 사람만큼 성능을 내며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를 만드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팔을 가져와 치킨이나 피자 조리에 적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조리 전반에 특화된 로봇을 개발한 것은 에니아이가 처음이다.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주방 로봇 양산에 들어간다. 이달 인천 부평에 있는 1983㎡(약 600평) 규모 생산 공장에서 알파그릴 양산을 시작한다. 연간 500~1000대 생산이 가능하다.
롯데리아, 크라이치즈버거 등에 납품하기로 계약하며 3년간의 생산 물량을 확보했다. 시제품도 없이 설계 도면만 들고 고객사 영업을 뛴 결과다. 크라이치즈버거와 롯데리아에서 음식 재료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제품 성능을 고도화했다.
KAIST에서 AI·인지시스템 분야 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황 대표는 인력난이 심각한 외식업에서 사업성을 발견했다. 그는 “제조업, 물류에 이어 요식업에서도 큰 시장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서두르는 투자 유치에도 신중했다. 그는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제품이라는 것을 검증한 상태에서 투자받고 싶었다”며 “투자금도 없이 그야말로 바퀴벌레처럼 살아남았다”고 했다. 실제 창업경진대회 상금, 팁스(TIPS) 등 정부 과제를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며 외부 투자 없이 2년 넘게 버텼다.
회사는 지난해 초 롯데벤처스와 캡스톤파트너스로부터 300만달러(약 40억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으며, 1년 만인 이달 1200만달러(약 157억원) 규모로 프리시리즈A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기존 투자자인 캡스톤파트너스 외에 SV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미국 벤처캐피털(VC) 이그나이트가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해외 진출도 본격화한다. 햄버거 본고장인 미국 시장을 겨냥해 2022년 말 본사를 미국으로 이전했다. 시드 라운드부터 글로벌 계약서로 투자받아 해외 VC가 들어오는 데 걸림돌이 없게 했다.
에니아이는 조리 로봇을 파는 대신 월 181만5000원의 구독료를 받고 대여한다. 전 세계 햄버거 매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현재 미국의 프랜차이즈 두 곳에서 제품 성능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