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린 것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도 호재다.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스마트폰과 PC, 가전에 수없이 많은 낸드플래시와 D램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낸드 훈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오는 17일 공개하는 갤럭시S24 등 기업들이 올해 본격적인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작년부터 물량 확보에 나선 결과다. 낸드 수요가 늘어난 것은 몇몇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가격부터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제품(128Gb 16G×8 MLC)의 지난해 12월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달보다 6.02% 오른 4.33달러였다. 낸드 가격은 지난해 10월(상승률 1.59%), 11월(5.41%)에 이어 석 달 연속 올랐다. 이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고성능 낸드플래시(eMMC·UFS) 가격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5~10%에서 18~23%로 상향 조정했다.

가격이 오른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커진다는 얘기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올해 낸드 시장 규모(536억달러·약 69조7800억원)가 작년보다 30.7%나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 이유다.

전문가들은 온디바이스 AI가 적용된 전자기기는 기존 제품보다 고성능·고용량 낸드와 D램이 들어간다고 설명한다. 온디바이스 AI PC·스마트폰은 클라우드 연결 없이도 스스로 AI 연산·추론을 해야 하는 만큼 기기 내부에 상당한 데이터를 축적·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능 좋고 용량 큰 낸드가 온디바이스 AI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이유다. LPDDR(저전력 D램)과 LLW(low latency wide) 등 D램 제품 수요가 확대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온디바이스 AI에 힘입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20조원 안팎의 손실을 낸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SK하이닉스가 올해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