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면 올해 준공 예정인 전국 42개 공사 현장이 무기한 멈춰 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드마크데시앙 현장에 건자재가 쌓여 있다.   임대철 기자
태영건설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면 올해 준공 예정인 전국 42개 공사 현장이 무기한 멈춰 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을 맡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드마크데시앙 현장에 건자재가 쌓여 있다. 임대철 기자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둘러싸고 채권단과 태영그룹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영건설이 올해 완공을 앞둔 공동주택 및 상업시설 등 사업장만 전국 42곳, 남아있는 계약 잔금만 1조원에 달한다. 워크아웃 불발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수분양자 피해는 물론 하도급업체 연쇄 부도 등으로 이어져 전체 건설업계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50곳 중 ‘3분의 1’가량이 올해 완공

태영건설, 올해 완공 앞둔 사업장만 42곳…'법정관리 공포' 커진다
5일 태영건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태영건설이 2024년 완공하기로 예정한 사업장은 전국 총 42곳이다. 태영건설이 수주한 전체 사업장(150곳)의 3분의 1가량이 올해 입주하거나 사업을 마무리할 일정이었다.

이 가운데 공동주택만 10여 곳(유상옵션 공사 중인 사업장 포함)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오는 3월 말 1308가구 규모의 경기 용인8구역 재개발(용인드마크데시앙)이 입주를 시작한다. 이 사업장에 남은 계약 잔액은 626억원이다. 4월에는 전북 전주 에코시티데시앙 15블록(748가구), 경남 신진주역세권 공동주택 개발사업(810가구)이 준공될 예정이다. 7월과 8월에는 대전 천동3구역 4블록 공동주택과 서울 개봉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준공이 예정돼 있다.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업하거나 자체적으로 땅을 사들인 개발 사업도 많다. 경기 성남 판교 제2테크노밸리 G1-1블록 신축공사, 경기주택도시공사 융복합센터, 업무시설(백암빌딩) 개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태영건설이 올해 준공 사업장에서 받을 계약 잔금은 총 1조3670억원이다. 완공을 앞두고도 상당수가 미분양 상태라는 게 문제다. 자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으면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하도급업체 줄도산 공포

내년 이후 완공을 앞둔 단지는 더 많다. 국토교통부는 태영건설이 공사하는 주택사업장 중 분양을 진행해 계약자가 있는 사업장을 22곳, 1만9896가구로 추산했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생활형숙박시설 등 개인투자자와 연관된 비주택 시장으로 범위를 넓히면 사업장 수는 훨씬 늘어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 대상인 아파트도 법정관리가 현실화할 경우 새 시공사를 찾지 못하면 사업이 연기돼 분양계약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비아파트는 분양보증 대상이 아니어서 문제가 생기면 투자자가 오롯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예컨대 오피스텔(531실)과 근린생활시설로 이뤄진 경기 남양주 다산진건지구 오피스텔 개발사업(공정률 76.81%) 계약자는 법정관리 신청 때 현실적으로 피해 구제책 마련이 쉽지 않다.

태영건설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으면 분양계약자 피해는 물론 하도급업체 줄도산, 채권단 등 금융사 연쇄 타격 등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진다. 건설업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태영건설은 협력업체에 대한 지급보증률이 60%가량으로 업계 평균보다 훨씬 낮다”며 “협력업체는 대금이 잠깐만 묶여도 하도급의 하도급까지 연쇄 부도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