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대통령 부인을 보좌하는 부서인 제2부속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에 대해서도 “여야가 합의해 후보자를 추천하면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2부속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공약으로 설치하지 않겠다고 해서 지금까지 안 한 것”이라며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면 저희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설치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상 설치를 시사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건희 여사가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제2부속실을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계속 반대했다. 하지만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일정 및 메시지를 공적으로 관리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통령실이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또 특별감찰관제에 대해 “여야 합의로 추천해 후보자를 보내온다면 우리는 지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고, 법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고 말했다. 발언 자체만 보면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김 여사를 겨냥한 특검법에 재의요구권이 행사된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설명한 것은 내부 기류가 바뀐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여야에 특별감찰관을 추천해달라고 사실상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제2부속실 설치와 특별감찰관 임명 등은 모두 김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인사를 제도적·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날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속전속결’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야당이 오는 4월 총선에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거부권을 행사할 때는 열흘 이상 여론 수렴 기간을 뒀지만, 이번엔 그 기간이 8일밖에 안 됐다.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직접 브리핑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만큼 대통령실이 이 사안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 실장은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해 “문재인 정부에서 2년간 탈탈 털어 기소는커녕 소환도 못 한 사건을 이중으로 수사해 재판받는 관련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