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화천대유 50억 클럽 뇌물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법률안’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5일 행사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지 8일 만이자 국회가 지난 4일 정부로 법안을 이송한 지 하루 만이다.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전속결로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특검법안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직후 이를 재가했다고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전했다. 이 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특검법안들은 총선용 여론 조작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많은 문제점이 있다”며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시급한 법안 처리는 미루면서 민생과 무관한 두 가지 특검법안을 여야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쌍특검법은 국회로 돌아가게 됐다. 이들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 단독 처리는 불가능하다. 민주당은 최대한 재의결을 늦춰 공천에 불만을 품은 여당 의원의 이탈표 유도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쌍특검법이 총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재의결 시기를 결정할 김진표 국회의장의 손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건희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을 설치하고,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할 것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제2부속실은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