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미국서 10년 이상 일한 히스패닉에 美비자 발급 요청"
멕시코가 미국 정부에 10년 이상 미국에서 일한 히스패닉계 이민자 최소 1천만 명에게 비자를 발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멕시코시티에 있는 대통령궁에서 연 정례 기자회견에서 "급증하는 이주민 흐름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최근 멕시코시티를 찾아 이민자 대책 고위급 회담을 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 정부 대표단에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그동안 빈곤과 폭력에 지쳐 조국을 등지는 중남미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해선 미국이 해당 국가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협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0억 달러(26조원 상당)를 투입할 것을 (미국 측에) 함께 제안했다"고도 말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에 대한 제재 해제도 촉구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런 언급은 최근 멕시코 북부 국경 지대에서 발생한 이주민 피랍 사건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별도로 나왔다.

앞서 중남미 이민자 32명은 지난해 12월 30일 타마울리파스주(州) 레이노사∼마타모로스 고속도로를 차량으로 이동 중 무장 괴한에 의해 어딘가로 끌려갔다가 나흘 만인 지난 3일 풀려났다.

로사 이셀라 로드리게스 안보장관은 "미국에 있는 피해자 가족들로부터 몸값을 받아내기 위한 범행"이라며 "실제 일부 (피해자) 가족은 납치 용의자들에게 일정 금액을 보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멕시코 당국은 관련 범죄 조직들이 과거에는 서류 미비(불법) 이민자를 상대로 국경까지 이동시켜주는 것을 미끼로 돈을 뜯어냈지만, 이제는 합법적 비자를 가진 이들을 상대로 이런 새로운 유형의 범행에 손을 댄 것으로 보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타마울리파스 지역 치안 강화를 위해 헬기를 추가 투입하는 한편 군 장병과 국가방위대원 460명을 증원해 파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