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보다 기량 부족…지금 우승하면 한국 축구 병들까 걱정"
기본기 교육만 하던 SON축구아카데미, 중등리그 새 도전…"승패 연연 안 해"
아들만큼 한국 축구 아끼는 손웅정 "아시안컵 우승 바라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하면, 이번에 우승하면 안 되는 거긴 한데…."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전망을 묻는 말에 한국 축구의 '캡틴' 손흥민(토트넘)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은 흔들리고 말았다.

연합뉴스는 새해를 맞아 4일 서울의 한 호텔 카페에서 손 감독과 인터뷰를 가졌다.

자식을 '일류'로 키워낸 비결과 교육 철학에 관해 들어보는 자리였으나, 개막이 열흘도 남지 않은 아시아 축구의 큰 잔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전망에 관해 묻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을 자처하면서도 1956년 제1회 대회와 1960년 제2회 대회에서 2연패를 이룬 뒤로는 단 한 번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만큼은 한국이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의 기량이 농익은 데다 창의적인 패스를 뿌릴 줄 아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명문' 바이에른 뮌헨(독일)의 주전 센터백 김민재 등 전 포지션에 걸쳐 특급 선수들이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아들만큼 한국 축구 아끼는 손웅정 "아시안컵 우승 바라지만…"
이번 대표팀을 두고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마저 나온다.

하지만 손 감독은 한국의 우승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우승을 '못 할 것'이라기보다는 '해서는 안 된다'는 쪽에 가까웠다.

한국, 그리고 나란히 우승후보로 꼽히는 '숙적' 일본 중 어느 팀이 더 우승 가능성이 높아 보이냐는 질문에 손 감독은 "(선수 개인 기량의 총합을 놓고 볼 때) 한국은 일본에 게임도 안 된다.

우리 축구인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 실력, 축구계의 투자 등 모든 면에서 한국은 일본에 뒤진다.

우승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64년 동안 한 번도 우승 못 한 것에 대해 나는 물론이고 모든 축구인이 반성해야 한다"며 답답해했다.

'아들이 대표팀 캡틴인데 그렇게 말씀하셔도 되느냐'고 묻자 열정과 확신으로 차 있던 손 감독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제야 자신이 '유소년 축구 지도자'이기 이전에 '손흥민의 아버지'라는 점을 인식한 듯했다.

손 감독은 목소리를 낮추면서 "당연히 한국이 우승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이렇게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우승해버리면 그 결과만 가지고 (변화 없이) 얼마나 또 우려먹겠느냐"라면서 "그러다가 한국 축구가 병 들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텅 빈 실력으로 어떻게 속여서 일본 한 번 앞섰다고 해도, 그건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승하면 안 된다"라고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만큼 한국 축구 아끼는 손웅정 "아시안컵 우승 바라지만…"
손 감독은 어린 나이부터 승패의 결과에 매몰돼 기본기를 닦는 데에 소홀한 한국 축구 지도 방식을 비판해왔다.

그가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에서는 그간 볼 리프팅 등 기본기 교육만 해왔다.

그러다가 올해부터 '작은 변화'를 주기로 했다.

강원권역 중등부 축구리그에 출전하기로 한 것. SON축구아카데미서 기본기만 수년간 갈고 닦은 중 1, 2학년 선수들이 3학년이 주축이 된 팀들과 경쟁하게 된다.

지금까지 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승패에는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손 감독은 강조했다.

"키 크고 덩치 큰 애들 상대로 우리 애들이 영리하게 볼 잘 차는 모습을 보고 싶을 뿐"이라며 웃었다.

한편, 손 감독은 손흥민이 여전히 월드클래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토씨 하나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써달라. 월드클래스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