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들어 손실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한다. 불완전판매 등 판매사의 책임을 가려낼 계획이다. 금융사들은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불완전판매 등 정밀검사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홍콩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2곳에 대해 순차 현장검사를 실시한다고 7일 밝혔다. 은행은 국민·신한·하나·농협·SC제일 등 5곳, 증권사는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 등 7곳이다.

금감원은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국민은행과 한국투자증권부터 착수한다. 이 두 회사에 대해선 소비자가 제기한 분쟁민원의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민원 조사도 동시에 실시하면서 소비자의 의견을 직접 청취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11~12월 주요 판매사 12곳의 ELS 판매 실태를 조사했다. 8일부터 실시하는 '검사'는 통상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로 이어지는 강도높은 조치다. 검사에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을 확인하는 대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당국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사태 이후 은행권이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ELS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의 판매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던 점을 고려해 고객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가 또 발생했는지 여무를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박충현 금감원 부원장보는 "최근 조사에서 국민은행은 ELS의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한다는 내부 규정이 있는데도 이를 어기고 80%까지 한도를 올려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내부 규정상 한도보다 더 많이 판매한 과실이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기업 50개사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2020년말부터 중국 경기 하강 탓에 큰 폭으로 하락했으며 현재도 약세가 유지되고 있다.

국민은행은 또 임직원 핵심성과지표(KPI)를 평가할 때 주가연계신탁(ELT) 등 고위험 상품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점수 비중이 30∼40%로 높아 직원들에게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정황도 파악됐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고객 수익률을 KPI에 반영하면서 ELS에서 수익이 나지 않고 유지된 상태인데도 수익이 난 것으로 평가한 부분도 문제로 꼽았다. ELS는 통상 만기가 3년이며, 6개월마다 평가해 수익을 돌려주는 '조기상환' 구조를 띠고 있다. 조기상환된 경우와 상환되지 않은 경우를 똑같이 보고 유리한 점수를 줬다는 얘기다.

상반기에 10.2조 만기


신탁계약서, 투자자정보 확인서 등 일부 계약 관련 서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해 10년간 보관해야 하지만, 일부 금융사가 보관하지 않은 사례도 발견됐다.

박 부원장보는 "가능하면 신속하게 불완전판매나 판매 행위에서의 불법 사항을 정리해서 배상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라며 "검사, 분쟁조정, 제도개선 검토에 이르는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000억원이다. 은행이 15조9000억원(24만8000계좌), 증권이 3조4000억원(15만5000계좌)을 팔았다.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 수는 8만6000계좌(21.6%), 금액으로는 5.4조원(30.5%)에 달한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 비중은 계좌 수 기준 8.6%로 집계됐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원이었다. 1분기 3조9000억원(20.4%), 2분기 6조3000억원(32.3%) 등 상반기에 만기가 집중됐다. 이달 5일부터 손실 확정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