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톡톡] MZ가 친환경에 진심인 이유
‘친환경’이나 ‘ESG’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항상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따라 나온다. MZ세대는 가치관과 취향에 충실한 소비를 하기에 조금 값비싸도 친환경 제품을 사고, 투자자나 소비자로서 회사를 평가할 때 ESG 지표를 신경 쓴다는 뜻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볼 때마다 맥락이 이상하다. 저렇게 써두면 다른 세대는 가치관과 취향에 충실하지 않은 소비를 한다는 얘기가 되고 만다. 모든 소비는 소비자의 가치관과 취향을 반영한다. 문장을 다시 쓰자면 ‘친환경은 M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며, 취향의 일부이다’가 되겠다.

여기서 질문거리를 뽑아낸다면 ‘친환경이 왜 MZ세대의 가치관에 부합하며, 취향의 일부가 됐을까’다. 답은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정말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친환경에너지 투자액은 전통적인 화석에너지에 대한 투자액을 8년째 초과했다. 유럽연합(EU)이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요구하는 RE100을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사용해도 반발하기 어렵다.

산업화 이전과 대비해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면 비가역적 기후 변화를 막기란 불가능하다는데, 영국 기상청은 그 방어선이 올해 뚫릴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전 세계 곡창지대는 때에 맞지 않거나 정도를 넘어선 폭염·폭우·한파·가뭄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 식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한국의 식료품 물가는 연일 급등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위험의 새로움과 MZ세대의 진지함이 두 번째 이유다. 어떤 세대든 가장 주요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의 어두운 면이 있다. 산업화 세대는 의식주의 부족함이, 민주화 세대는 정치적 억압이, X세대는 억눌린 표현의 자유가 제일 암울했다. MZ세대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미래의 막막함이 가장 어둡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환경 문제는 MZ세대가 괴로워하는 막막한 미래의 일부다. 2012년은 이상기후를 본격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던 첫해다. 그해 봄은 정말로 기이했다.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이어서 피고 지며 봉오리를 맺은 목련이 만개하고 진달래가 떨어지면 철쭉이 피어나는 전개 과정이 단숨에 축약됐다. 3월이라고 믿기 어려운 한파가 몰아닥치더니 급작스레 날씨가 따듯해지며 온 봄꽃이 한 번에 피었다. 동시에 피어 있던 개나리와 벚꽃과 철쭉을 보며 공포에 질렸던 날의 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직 학생이었던 친구들과 “날씨가 정말 이상하다. 무섭다”고 한참 소곤거렸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친환경’이라는 라벨을 무시할 수 없는 직장인이 됐다. 감수성이 민감한 시절에 겪은 공포는 평생 남는다. MZ의 친환경 소비는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