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의 공백마저도 완벽…차원이 다른 치밀함의 90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쇼팽 스페셜리스트의 면모 과시
장송행진곡 '균형감' 하이라이트
드뷔시 등으로 이국적 음색 전해
10일 잠실서 내한 마지막 연주
쇼팽 스페셜리스트의 면모 과시
장송행진곡 '균형감' 하이라이트
드뷔시 등으로 이국적 음색 전해
10일 잠실서 내한 마지막 연주
‘현존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가장 까칠한 피아니스트’.
폴란드의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7·사진)에게 붙는 두 가지 수식어다. 이에 걸맞게 지메르만은 관객들에게 엄격한 관람 수칙을 내세우는 연주자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심지어 커튼콜에서조차 녹음 및 촬영을 금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연주에 조금도 방해받지 않고,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기 위함이란다. 그러니 관객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예민의 끝판왕’인 그가 들려줄 음악은 얼마나 섬세하고 완벽할지.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메르만의 내한공연은 ‘완벽을 넘어선 경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 연주였다. 1부에서 쇼팽, 2부에서는 드뷔시와 카롤 시마노프스키 작품을 들려준 그는 완벽함을 뛰어넘는 고차원적 음악으로 관객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첫 곡은 쇼팽의 녹턴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9의 제2번. 이 곡을 포함해 4개의 녹턴을 연달아 연주했다. 그의 손가락은 음과 음 사이 긴장감, 쉼표의 공백을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이 매끈하게 컨트롤했다. 타이밍뿐 아니라 음색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따뜻한 음색이었지만 그 안에는 타건의 속도, 깊이, 각도 등 모든 요소가 철저하게 계산된 공학적 치밀함이 담겨 있었다.
1부의 하이라이트는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의 3악장이었다. ‘장송행진곡’인 3악장은 화성이 돋보이는 부분과 선율적인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그는 한 음 한 음 쌓아 올린 화음으로 최적의 균형을 선보였고,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루바토(템포를 일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최소화하며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지메르만은 18세의 나이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쇼팽 음반으로 명성을 얻은 명실상부 ‘원조 쇼팽 스페셜리스트’다. 그런 이유로 1부에 비해 2부는 덜 특별할 것이라 생각한 관객들에게 한 방 먹이듯, 쇼팽보다 더 뛰어난 드뷔시를 들려줬다.
드뷔시의 ‘판화’는 작곡가가 미얀마, 그라나다 등 동방 국가들을 상상하며 만든 것으로 동양적인 멜로디와 이국적인 리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드뷔시를 연주하며 본인이 원하는 음색을 더욱 다채롭게 구현하는 듯했다. 주로 곡의 끄트머리에 음을 누른 상태로 지속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런 부분마다 그는 마치 지휘하듯 손으로 타이밍과 잔향을 조율했다. 흐물흐물하게 퍼지는 액체 같다가 고음 영역에서는 반짝거리는 소리로 돌변하며 귀를 자극하기도 했다.
시마노프스키의 ‘폴란드 민요 테마에 의한 변주곡’은 소박하고 서정적인 테마로 시작해 열 개의 변주로 구성된 곡이다. 국내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색다른 레퍼토리로 신선함까지 선사하며 90분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지메르만은 오는 10일에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폴란드의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67·사진)에게 붙는 두 가지 수식어다. 이에 걸맞게 지메르만은 관객들에게 엄격한 관람 수칙을 내세우는 연주자다.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심지어 커튼콜에서조차 녹음 및 촬영을 금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런 그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연주에 조금도 방해받지 않고,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기 위함이란다. 그러니 관객들은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예민의 끝판왕’인 그가 들려줄 음악은 얼마나 섬세하고 완벽할지.
지난 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지메르만의 내한공연은 ‘완벽을 넘어선 경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 연주였다. 1부에서 쇼팽, 2부에서는 드뷔시와 카롤 시마노프스키 작품을 들려준 그는 완벽함을 뛰어넘는 고차원적 음악으로 관객들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첫 곡은 쇼팽의 녹턴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9의 제2번. 이 곡을 포함해 4개의 녹턴을 연달아 연주했다. 그의 손가락은 음과 음 사이 긴장감, 쉼표의 공백을 모자람도 지나침도 없이 매끈하게 컨트롤했다. 타이밍뿐 아니라 음색 또한 마찬가지였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따뜻한 음색이었지만 그 안에는 타건의 속도, 깊이, 각도 등 모든 요소가 철저하게 계산된 공학적 치밀함이 담겨 있었다.
1부의 하이라이트는 피아노 소나타 제2번의 3악장이었다. ‘장송행진곡’인 3악장은 화성이 돋보이는 부분과 선율적인 부분으로 크게 나뉜다. 그는 한 음 한 음 쌓아 올린 화음으로 최적의 균형을 선보였고, 노래하는 부분에서는 루바토(템포를 일정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연주)를 최소화하며 긴장감을 잃지 않았다.
지메르만은 18세의 나이에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쇼팽 음반으로 명성을 얻은 명실상부 ‘원조 쇼팽 스페셜리스트’다. 그런 이유로 1부에 비해 2부는 덜 특별할 것이라 생각한 관객들에게 한 방 먹이듯, 쇼팽보다 더 뛰어난 드뷔시를 들려줬다.
드뷔시의 ‘판화’는 작곡가가 미얀마, 그라나다 등 동방 국가들을 상상하며 만든 것으로 동양적인 멜로디와 이국적인 리듬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는 드뷔시를 연주하며 본인이 원하는 음색을 더욱 다채롭게 구현하는 듯했다. 주로 곡의 끄트머리에 음을 누른 상태로 지속하는 부분이 등장하는데, 이런 부분마다 그는 마치 지휘하듯 손으로 타이밍과 잔향을 조율했다. 흐물흐물하게 퍼지는 액체 같다가 고음 영역에서는 반짝거리는 소리로 돌변하며 귀를 자극하기도 했다.
시마노프스키의 ‘폴란드 민요 테마에 의한 변주곡’은 소박하고 서정적인 테마로 시작해 열 개의 변주로 구성된 곡이다. 국내에서는 듣기 어려웠던 색다른 레퍼토리로 신선함까지 선사하며 90분의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지메르만은 오는 10일에도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연주한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