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재난 속 기적의 생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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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존 조건을 의학계에선 통상 ‘3·3·3법칙’으로 설명한다. 공기는 3분 안에, 물은 3일 안에, 식량은 3주일 안에 공급돼야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6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 일본 정부가 구조자 중 생존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재해 당일 74.9%에서 2일째 24.2%, 3일째 15.1%, 4일째 5.4%, 5일째 4.8%로, 72시간이 지나면 생존 확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72시간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통념을 깨는 사례도 적지 않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때 당시 19세 박승현 씨는 음식은 물론 물 한 방울 없이 377시간 만에 무사 구조됐다. 2022년 10월 26일 경북 봉화 아연 광산 붕괴로 190m 갱도 아래 갇힌 광부 2명은 221시간 만에 생환했다. 당시 이들은 커피 믹스를 먹고 갱도 내 물을 마시며 버텼다. 2010년 10월 칠레에선 구리 광산의 지하 700m 갱도에 매몰된 광부 33명이 69일 만에 전원 살아나왔다. 이 실화를 다룬 ‘The 33’이란 영화도 있다.
극한 상황에 놓이면 인체는 신진대사를 늦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적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체내 탄수화물에 이어 지방을 태우고 그래도 모자라면 근육조직을 이루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식으로 에너지를 짜낸다.
극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장비가 있다면 생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살겠다는 생존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봉화 광산 매몰 때 극적으로 살아나온 박정하 씨(당시 62세)는 절망적 순간마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 무조건 살아나가야 한다”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한다.
일본 이시카와현을 강타한 지진이 난 지 124시간 만인 지난 6일 90대 여성이 기적적으로 구출돼 화제다. 붕괴한 2층짜리 주택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한다. 이번 지진으로 120명 넘게 사망했다. 210명이 연락 두절 상태고 건물에 깔려 있다는 신고도 100건가량 접수됐다.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부디 기적의 생환이 이어지길 빈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
64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1995년 일본 고베 대지진 때 일본 정부가 구조자 중 생존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도 비슷하다. 재해 당일 74.9%에서 2일째 24.2%, 3일째 15.1%, 4일째 5.4%, 5일째 4.8%로, 72시간이 지나면 생존 확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생존자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72시간으로 보는 이유다.
하지만 통념을 깨는 사례도 적지 않다. 1995년 6월 29일 삼풍백화점 붕괴 때 당시 19세 박승현 씨는 음식은 물론 물 한 방울 없이 377시간 만에 무사 구조됐다. 2022년 10월 26일 경북 봉화 아연 광산 붕괴로 190m 갱도 아래 갇힌 광부 2명은 221시간 만에 생환했다. 당시 이들은 커피 믹스를 먹고 갱도 내 물을 마시며 버텼다. 2010년 10월 칠레에선 구리 광산의 지하 700m 갱도에 매몰된 광부 33명이 69일 만에 전원 살아나왔다. 이 실화를 다룬 ‘The 33’이란 영화도 있다.
극한 상황에 놓이면 인체는 신진대사를 늦춰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적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체내 탄수화물에 이어 지방을 태우고 그래도 모자라면 근육조직을 이루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식으로 에너지를 짜낸다.
극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장비가 있다면 생존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살겠다는 생존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봉화 광산 매몰 때 극적으로 살아나온 박정하 씨(당시 62세)는 절망적 순간마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다. 무조건 살아나가야 한다”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고 한다.
일본 이시카와현을 강타한 지진이 난 지 124시간 만인 지난 6일 90대 여성이 기적적으로 구출돼 화제다. 붕괴한 2층짜리 주택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한다. 이번 지진으로 120명 넘게 사망했다. 210명이 연락 두절 상태고 건물에 깔려 있다는 신고도 100건가량 접수됐다. 사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부디 기적의 생환이 이어지길 빈다.
주용석 논설위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