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과 기업으로부터 연 24조원가량 걷는 준(準)조세 성격의 법정부담금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들어갔다. 총 91개 부담금 중 불합리한 부담금은 대거 폐지·경감하고 부과 면제 대상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부담금은 세금은 아니지만 특정 공익사업과 연계해 법률에 따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돈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7일 “이달부터 91개 부담금의 존속 여부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라며 “국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부담금은 폐지하고 부과 대상을 축소해 면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면 재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지난 4일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담금 관리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즉각 세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기재부는 농어민에게서 걷는 전기사용자 일시부담금, 손해보험사가 내는 화재보험협회 출연금, 골프장 이용객에게 걷는 회원제 골프장시설 입장료 부가금 등을 폐지·경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외에 재계나 시민단체가 그동안 불합리하고 과다하다고 지적해 온 부담금도 순차적으로 검토해 폐지 또는 경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부담금 제도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은 1961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63년 만이다. 부담금은 재계와 시민단체의 잇단 구조조정 요구에도 수십 년간 관행적으로 걷어온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반발 때문에 개편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91개 부담금을 통해 역대 최대인 24조6157억원을 징수할 계획이다. 작년 징수 목표치(21조8433억원) 대비 2조7724억원(12.7%) 늘어난 금액이다. 부담금은 2016년부터 90개를 유지하다가 올해 택시 플랫폼업체에 부과하는 여객자동차운송시장 안정기여금이 신설돼 91개로 늘어났다.

강경민/이광식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