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맨 왼쪽부터 ),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전 한미경제학회장), 이윤석 시라큐스대 교수.  /사진=박신영 기자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맨 왼쪽부터 ),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전 한미경제학회장), 이윤석 시라큐스대 교수. /사진=박신영 기자
올해 미국경제학회를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실패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경제학자들의 자성이었다. 2022년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당시 Fed는 시장의 비판에 귀를 닫은 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다. 경제학자들 또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못했다.

미국경제학회 현장에서 미국 전역의 경제학자들과 토론하고 생각을 나눈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한미경제학회장),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 이윤석 미 시러큐스대 교수 등 한미경제학회 멤버들은 “통화정책과 관련해 이 정도로 치열한 토론을 벌인 적이 없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Fed, 외부 의견에 더 귀 기울여야”

세 사람은 공통으로 Fed가 통화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좀 더 외부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고 전했다. Fed는 2022년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에서 나오는 데도 “일시적인 문제”라며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한때 역대 Fed 의장 중 미국인의 신뢰도가 가장 낮게 나오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지난해 5월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파월 의장에 대해 신뢰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36%에 그쳤다.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최저치였다.

장 교수는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경우 ‘페드 리슨즈(Fed Listens)’라는 제도를 통해 시장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듣는다”며 “통화정책의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시장참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화와 재정 따로 가면 안 돼”

김 교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번 미국경제학회를 평가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가운데서도 미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었던 점에 대한 지적이다. Fed가 기준금리를 아무리 올려도 이에 대한 효과가 재정정책으로 상쇄됐다는 비판이다.

그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반성이 이어졌다”며 “통화정책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재정정책과 같이 조화시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반성이 있었다”고 전했다.

재정정책을 좀 더 정밀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장 교수는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소득 7만5000달러 이하 개인에게 1인당 1200달러를 지급했다”며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생겼는데 해당 정책을 연구해 좀 더 세분된 기준으로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침체한 경기 부양을 위해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인 2조2000억달러의 경기부양 패키지 법을 통과시켰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이에 따라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약 3%포인트 올랐다.

“노동시장이 인플레 원인 될지 예측 못해”

미국경제학회에서는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반성이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초과 저축까지 생기자 노동 시장에서 구직자들이 사라졌다. 이후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일상생활은 정상화됐지만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임금 상승률이 치솟았다. 높은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다. 김 교수는 “레이버 쇼티지(labor shortage)를 제대로 예측한 사람이 없었다”며 “데이터가 쌓이고 보니 레이버 쇼티지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미 경제학자들 사이에선 최근 책임론이 커지면서 몸을 사리기 시작한 Fed 내 분위기를 전하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이 교수는 “Fed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근 통화정책 결정에서 외부 시선에 대한 압박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다”며 “Fed의 채용이 최근 거의 동결 상태”라고 전했다.

올해 대선이 가장 큰 변수

한미경제학회 멤버들은 올해 가장 큰 변수로 미국 대선을 꼽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종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쏟아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 등 시장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Fed의 금리 인하는 올해 하반기쯤에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 교수는 “고용시장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경제 지표가 고금리 상황에서도 잘 버텨주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를 우려도 있는 만큼 Fed로선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보다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샌안토니오=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