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의안을 설명하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 사진=AP
미국 워싱턴DC 의회에서 의안을 설명하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 사진=AP
미국 의회 지도부가 1조6600억달러(약 2183조원) 규모의 예산 지출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전쟁 지원예산 등과는 별개며 전체 예산안의 일부에 불과하다. 미국 국방 예산은 1000조원을 넘어섰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에 동의했다고 공동 발표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8863억달러(약 1163조원)의 국방 관련 지출과 7727억달러(약 1014조원)의 국내 재량 지출을 승인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허용한 61억달러 긴급 지출 권한을 폐지하고 미 국세청 증강 예산의 상당 부분을 제외하는 등 총 200억 달러를 삭감하기로 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비국방 재량 자금 7727억 달러를 확보해 퇴역 군인 혜택, 건강 관리 및 영양 지원 등을 지속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합의는 퇴역군인 프로그램, 교통 및 주택, 에너지·수자원 프로젝트, 농업, 식품 및 의약품 규제를 포함하는 4개 법률안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마련한 예산 법률안은 오는 19일 전에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과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도 필요하다.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하면 미국 농무부, 교통부, 주택부 및 도시 개발부 등의 정부 예산이 고갈된다. 미국 정부는 예산안 처리가 늦어진 탓에 예산 지출 불가능 사태로 정부 기능이 정지되는 이른바 '셧다운' 위기다. 나머지 8개 예산법률안도 다음달 2일까지 통과시켜야 셧다운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 강경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예산안 합의)는 완전한 실패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공화당 강경파는 정부 지출 수준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줄이고, 지출 법안에 낙태약 접근 제한 엄격한 이민 규제 등의 정책을 수정안에 반영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시대의 이민 정책을 복원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한 연방 예산안 처리를 보이콧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이미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민자들의 망명 요건을 대폭 강화하고, 국경 장벽 건설을 재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정부 예산안을 둘러싼 공화당과 민주당의 극한 대립은 수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024년 예산안 통과가 불발되자 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주도해 임시 예산안을 처리해 셧다운을 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시 예산안이 민주당과 공화당 강경파 양 측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메카시 전 의장이 해임됐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