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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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미국 채권시장에 투자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미 중앙은행(Fed)이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미리 국채를 매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나서다. 채권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자 신흥국도 국채 발행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Fed가 본격적으로 통화정책을 완화하기 전부터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채를 저점에 매수하려는 채권 트레이더들이 늘어나서다. Fed가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 국채 수익률도 낮아지고, 국채 가격은 상승한다.

예상 밖의 경제적 충격이 나타나도 국채 매수세는 가팔랐다. 지난 5일 미 노동부는 12월 비농업 분야 일자리 수가 전월 대비 21만 6000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 월가 예상치(17만개)를 크게 웃돌았다. 12월 시간당 평균 임금도 전월 대비 0.4% 오르며 전망치(0.3%)를 웃돌았다.

미 노동부의 발표 직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연 4.1%까지 치솟았다. 고용 시장 강세로 인해 Fed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장 후반 국채 매수세가 매도세를 앞지르며 수익률은 이날 연 4.05%로 마감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프리야 미스라는 "최근 채권 시장에선 장기채 수익률이 연 4.0~4.2%에 머무르는 것을 매수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채권 트레이더들이 미 국채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Fed의 금리 인하로 국채 수익률이 하락(국채 가치 상승)하기 전에 저점 매수를 시도한다는 설명이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이르면 오는 3월 Fed가 첫 금리인하를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나다 투자은행(IB) TD증권은 투자 서한을 통해 "앞으로 노동시장이 냉각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낮아질 것"이라며 "올해 말까지 연 3%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흥국은 외화 표시 채권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채권 수요가 줄어들기 전에 국채 매각을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첫 4거래일간 신흥국 채권(달러·유로화 표시) 발행액은 244억달러로 집계됐다. 역대 최대 규모다. 멕시코가 중남미 역대 최대 규모인 75억달러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헝가리, 슬로베니아,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이 뒤를 이었다.

신흥국이 앞다퉈 국채 발행을 추진한 배경엔 채권 시장의 강세가 있다. 올해 중동 전쟁, 주요국 선거 등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선진국에 비해 투자 위험이 큰 신흥국 국채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 채권 낙관론이 시장에서 사라지기 전에 국채 발행 일정을 앞당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하이 버르거 헝가리 재무장관은 블룸버그에 "올 한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누구도 모른다"며 "유리한 금리 환경에서 발행 기회가 있을 때 자금을 모으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