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교 성직자로 구성된 만남중창단. 왼쪽부터 천주교 하성용 신부, 원불교 박세웅 교무, 불교 성진스님, 개신교 김진 목사. 불광출판사 제공.
4대 종교 성직자로 구성된 만남중창단. 왼쪽부터 천주교 하성용 신부, 원불교 박세웅 교무, 불교 성진스님, 개신교 김진 목사. 불광출판사 제공.
"제가 결혼을 안 해봐서 하나만 여쭤볼게요. 다음주에 저희가 결혼식 축가를 할 일이 생겼는데,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과 '사노라면' 중에 뭐가 나을까요?"

불교·개신교·천주교·원불교 4대 종교 성직자로 구성된 '만남중창단'에 참여하고 있는 성진 스님은 8일 서울 광화문에서 기자들을 만나자 불쑥 이런 질문부터 던졌다. 만남중창단의 대담집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네 명의 성직자 중 둘은 평생 독신의 의무를 지켜야 하는 스님과 신부. 만남중창단은 이렇듯 노래를 통해 종교인의 한계를 넘어 세상과 끊임 없이 소통하고 있다.

2022년 결성된 만남중창단은 성진 스님(불교)을 비롯해 김진 목사(개신교), 하성용 신부(천주교), 박세웅 교무(원불교)로 구성됐다. 방송 프로그램 출연을 계기로 처음 인연을 맺은 뒤 중창단을 꾸렸다. 지금껏 60여 차례 무대에 섰다. 공연 수익은 소외계층을 찾아가 공연을 펼치거나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사용한다.

성진 스님은 "종교에 관계 없이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어 종교 관련 노래보다는 가요나 팝송을 부르자고 처음부터 다짐했다"고 했다. "BTS에 이어 국제연합(UN) 무대에 서고 싶다는 발칙한 꿈도 꾸고 있습니다.(웃음)"
'만남중창단'의 (왼쪽부터) 하성용 신부, 김진 목사, 성진 스님, 박세웅 교무가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만남중창단'의 (왼쪽부터) 하성용 신부, 김진 목사, 성진 스님, 박세웅 교무가 8일 서울 광화문에서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를 갖고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들이 최근 출간한 대담집 <종교는 달라도 인생의 고민은 같다>는 '행복'을 주제로 나눈 대화를 담았다. 구체적으로는 돈, 관계, 감정, 중독, 죽음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같은 세부 주제를 택한 건 오늘날 현대인이 버거워하는 현실 문제인 동시에 행복한 삶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성용 신부는 "요즘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이것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나 국가가 병들어가고 있는 원인"이라며 "나는 충분히 감사할 만하고, 행복할 만하고, 용기를 내면 나를 위해 함께 해줄 사람이 충분히 많다는 걸 되새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책을 냈다"고 설명했다.

대담집은 종교 용어를 최소화하면서 종교의 본질에 대해 파고든다. 김진 목사는 "종교인들이 쓰는 용어가 한정돼 있는데, 되도록 종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종교성, 인간의 영성을 움직일 수 있는 언어, 글을 지향했다"며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종교인들이 대담을 나누고 글로 정리했다는 게 이 책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의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기 다른 종교의 성직자들이 어우러지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성진 스님은 "태어나 다른 종교 성직자의 다른 의견을 이렇게 오래 들어본 게 처음이었다"며 "대담을 통해 저도 타 종교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내가 틀린 것 같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신부님의 의견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설득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세웅 교무는 "종교가 탄생한 이유는 결국 '어떻게 하면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하나의 질문 때문"이라고 했다.

"만약 이 자리에 부처, 공자, 예수 등 성자들이 함께 있다면 '내 종교를 믿는 사람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다투고 싸우실까요? 아마 아니겠지요. 자비의 마음은 결국 하나입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위로도 받겠지만 종교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저자들은 오는 26일 홍대 '다리소극장'에서 북토크와 공연을 더한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