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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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들을 향한 '갑질'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서 한 입주민이 경비원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민원 내용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아파트 경비원들이 욕먹는 이유'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는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서 제기된 입주민 민원과 해당 민원 처리 결과를 알리는 공지문 사진이 담겼다.

이 공지문을 보면 한 입주민은 "무거운 짐이나 장바구니나 양손이 무겁게 들고 있는 상태에서 아파트 입구 번호를 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며 "경비실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알아서 입구 문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민원을 넣었다.

이어 "전에 계셨던 경비 아저씨는 알아서 문도 열어주셨는데, 이번 경비 아저씨들께서는 그런 센스가 없다.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이 민원에 관리사무소 측은 "경비원 교육을 시키겠다"고 답변했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경비원이 무슨 머슴도 아니고 어지간히 하라", "경비원이 모든 주민의 얼굴을 다 외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짐을 든 사람이 누군지 알고 문을 열어주나", "호의로 해주면 그게 당연한 줄 안다", "짐을 내려놓고 누른다는 생각은 안 하나" 등 반응이 나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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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에는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출입구를 가로막은 포르쉐 차주가 차량 이동을 요청한 경비원에게 무리한 사과를 요구하고 해고까지 종용하면서 갑질을 일삼은 사연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아파트 한 동의 입구를 막고 주차한 포르쉐 차주는 전화도 받지 않다 나타나 경비원에게 삿대질하며 "주차 자리 없어 집 입구에 세운 게 문제냐", "아침부터 자는 사람 깨워서 차 빼라고 한 거 사과하지 않으면 계속 세워 두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차주는 며칠 동안이나 차를 옮기지 않았고, 경비원은 결국 주차 위반 스티커를 부착했다. 그러자 차주는 차량을 손괴했다는 이유로 경비원을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경비원을 바로 퇴사 처리하지 않으면 차를 절대 움직이지 않겠다"는 적반하장식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에서는 이런 경비원들을 향한 입주민들의 갑질을 '산업재해'로 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2021년 아파트 입주민과 주차 문제로 다툰 뒤 지속적으로 입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유언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북구 우이동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최종 승인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