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기관이 국내 증시에서 ‘나홀로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국내 증시에서 3조원 넘게 순매도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관은 최근 수급 개선이 기대되는 2차전지 일부 종목과 방산주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국내 증시에서 3조1383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기준금리 조기 인하 기대가 후퇴하기 시작한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순매도로 일관했다. 지난달 금리 인하 기대로 기관의 대량 매수가 나온 이후 일부 되돌림이 나오면서다.

기관이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2차전지주·방산주는 오히려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기관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에코프로비엠을 978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기관 순매수 1위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주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 5일 12.9% 급등했다. 이날도 소폭 상승하며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7월 이전상장설이 돌았지만 회사가 부인한 바 있다. 증권업계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유가증권시장 상장한 후 주가가 고공행진한 만큼 에코프로비엠도 이전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관은 거래소 이전상장 승인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엘앤에프도 올 들어 315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엘앤에프가 빠르면 올 1분기 내로 이전상장을 마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관의 2차전지 매수는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2차전지주 강세는 거래소 이전상장 등 수급 요건이 개선된다는 기대감 때문”이라며 “현재 수준의 주가 고평가가 유지되려면 결국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기관은 올해 방산주도 사들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97억원, 한국항공우주는 274억원을 각각 순매수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최근 북한의 도발 등으로 방산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내 방산주들이 지난해 4분기 수주 계약이 늘어나면서 4분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기관 매수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방산 계약의 경우 작년 1~3분기는 분기별로 8000억~1조3000억원 수준에 그쳤지만 4분기는 12조3000억원 규모의 사업이 쏟아졌다”고 설명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