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칼럼] 가치·명분 없는 '잡탕 신당'으로 희망 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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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퍼내 정치 발전 기대하지만
비전·지향점 뭔지 알기 어려워
정권심판 목적의 신당, 명분 안돼
정체성 뒷전 의석확보만 노려
정견 다른 세력과 '손잡고 보자'
일회용 섞어찌개·가설정당일 뿐
홍영식 논설위원
비전·지향점 뭔지 알기 어려워
정권심판 목적의 신당, 명분 안돼
정체성 뒷전 의석확보만 노려
정견 다른 세력과 '손잡고 보자'
일회용 섞어찌개·가설정당일 뿐
홍영식 논설위원
학계 등의 분석에 따르면 제헌 국회 이후 정당의 평균 수명은 30개월 정도에 불과하다(원내 정당, 2017년 기준). 신당과 기존 당을 해체하고 이름을 바꾼 것을 모두 포함해서다. 국회의원 임기(4년)에도 한참 못 미친다. 10년 이상 존속한 주요 정당은 6개에 그친다. 미국 민주·공화당, 영국 노동·보수당 등이 100년 이상 당 이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우리 정당 정치가 여전히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가치를 좇는 게 아니라 특정 인물 또는 눈앞에 닥친 선거를 위한 일회용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저마다 내세운 ‘100년 정당’은 ‘허장성세’였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열기가 뜨겁다.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양향자의 ‘한국의 희망’, 금태섭·류호정의 ‘새로운 선택’ 등의 창당이 구체화되고 있고, 조국 신당도 가세할 태세다. 신당들이 고인 물을 퍼내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정치 발전에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다당제가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국민의 다층적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정치 소외 계층을 줄여줄 수 있다. 극단적 대결 구도를 완화해주는 역할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
불행하게도 신당 추진 세력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정치판에서 수많은 정당의 명멸 궤적을 밟아 가는 것 같아 이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할 것 같다. 표방하는 것부터 모호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내세운 ‘미래’와 ‘NeXTSTEP’이 구호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가치와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아 새 정치가 뭔지 알기 어렵다. 명분의 상당량을 친정 정당과 정권 비판에 할애한 것은 마치 개인의 한풀이를 신당에 투영하는 것 같다.
1심 유죄를 받은 조국 전 장관은 무도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시대적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야권이 개혁연합신당을 구성해 200석을 얻은 뒤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 탄핵 효과를 거두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신당의 목적이 오로지 윤석열 정권 대항이고, 증오의 조직화다. 정당을 개인 복수극을 펼칠 무대 정도로만 여긴다. 구속된 송영길은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과거 기소되면 뒤로 물러나는 게 보통이었지만, 얼굴 두껍게도 줄줄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신당이 거대 담론까지 못 가더라도 적어도 우리 사회를 바꿀 희망 정도는 줘야 하는데 모두 사감(私感)이 가득하다.
어지러운 ‘짝짓기’ 움직임을 보면 정체성은 어디 가고 의석 확보에만 목을 매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제가 함께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고 했다. 연일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누구든지 협력’을 외치며 맞장구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비례는 각자, 지역구만 합당론도 꺼냈다. 시작부터 유불리 셈법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구속 전 이준석 전 대표에게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냈다. 최근 여러 선거에서 유권자의 외면을 받은 정의당은 선거연합플랫폼 정당을 추진하고 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의당 출신 일부와 개혁연합신당을 도모하고 있다. ‘이낙연+이준석+류호정·금태섭+양향자’ 시나리오도 나온다. ‘동일한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하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는 정당의 정의를 온전히 존중하라고까지 요구하지는 않겠다. 정치는 현실이어서 선거를 앞두고 정파 간 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가치연대는 지켜져야 한다.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짝짓기 움직임을 보면 단순히 정치 생명을 유지하거나 연장, 또는 정권 대항 성격의 이익연대만 횡행한다. 제3지대 몸집을 키워 거대 양당 체제를 허물자는 것만이 신당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빅텐트’라는 근사한 레토릭을 내세우지만 지향하는 가치, 정견은 따져보지도 않고 이리저리 어지럽게 손잡는 것은 무슨 맛인지 모르는 섞어찌개 정당, 가설 정당, 떴다당일 뿐이다. 신당에 기대를 거는 유권자들은 ‘당신들이라도 이제부터 다른 정치를 하라’는 것인데 이런 식의 ‘잡탕’으로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있나. 얕은 정략을 배제하고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정치 철학을 굳건히 농축시켜 100년 정당으로 튼튼하게 키워나가려는 신당을 보고 싶지만, 여전히 신기루일 뿐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신당 창당 열기가 뜨겁다. 이준석 신당, 이낙연 신당, 양향자의 ‘한국의 희망’, 금태섭·류호정의 ‘새로운 선택’ 등의 창당이 구체화되고 있고, 조국 신당도 가세할 태세다. 신당들이 고인 물을 퍼내고 신진대사를 활발히 해 정치 발전에 기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다당제가 제대로만 작동한다면 국민의 다층적 이해와 요구를 수렴해 정치 소외 계층을 줄여줄 수 있다. 극단적 대결 구도를 완화해주는 역할도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
불행하게도 신당 추진 세력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정치판에서 수많은 정당의 명멸 궤적을 밟아 가는 것 같아 이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할 것 같다. 표방하는 것부터 모호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내세운 ‘미래’와 ‘NeXTSTEP’이 구호에 그친 감이 없지 않다. 가치와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아 새 정치가 뭔지 알기 어렵다. 명분의 상당량을 친정 정당과 정권 비판에 할애한 것은 마치 개인의 한풀이를 신당에 투영하는 것 같다.
1심 유죄를 받은 조국 전 장관은 무도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시대적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야권이 개혁연합신당을 구성해 200석을 얻은 뒤 개헌을 통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 탄핵 효과를 거두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신당의 목적이 오로지 윤석열 정권 대항이고, 증오의 조직화다. 정당을 개인 복수극을 펼칠 무대 정도로만 여긴다. 구속된 송영길은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과거 기소되면 뒤로 물러나는 게 보통이었지만, 얼굴 두껍게도 줄줄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 신당이 거대 담론까지 못 가더라도 적어도 우리 사회를 바꿀 희망 정도는 줘야 하는데 모두 사감(私感)이 가득하다.
어지러운 ‘짝짓기’ 움직임을 보면 정체성은 어디 가고 의석 확보에만 목을 매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제가 함께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고 했다. 연일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대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누구든지 협력’을 외치며 맞장구치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비례는 각자, 지역구만 합당론도 꺼냈다. 시작부터 유불리 셈법이다. 송영길 전 대표는 구속 전 이준석 전 대표에게 줄기차게 러브콜을 보냈다. 최근 여러 선거에서 유권자의 외면을 받은 정의당은 선거연합플랫폼 정당을 추진하고 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정의당 출신 일부와 개혁연합신당을 도모하고 있다. ‘이낙연+이준석+류호정·금태섭+양향자’ 시나리오도 나온다. ‘동일한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하여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직한 단체’라는 정당의 정의를 온전히 존중하라고까지 요구하지는 않겠다. 정치는 현실이어서 선거를 앞두고 정파 간 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가치연대는 지켜져야 한다.
지금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짝짓기 움직임을 보면 단순히 정치 생명을 유지하거나 연장, 또는 정권 대항 성격의 이익연대만 횡행한다. 제3지대 몸집을 키워 거대 양당 체제를 허물자는 것만이 신당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빅텐트’라는 근사한 레토릭을 내세우지만 지향하는 가치, 정견은 따져보지도 않고 이리저리 어지럽게 손잡는 것은 무슨 맛인지 모르는 섞어찌개 정당, 가설 정당, 떴다당일 뿐이다. 신당에 기대를 거는 유권자들은 ‘당신들이라도 이제부터 다른 정치를 하라’는 것인데 이런 식의 ‘잡탕’으로 표를 달라고 할 자격이 있나. 얕은 정략을 배제하고 어렵더라도 원칙을 지키고 정치 철학을 굳건히 농축시켜 100년 정당으로 튼튼하게 키워나가려는 신당을 보고 싶지만, 여전히 신기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