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前 모평 지문도 학원과 판박이…"문제 없다" 뭉갠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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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교육부, 조치 안하고 넘겨
학원 강사는 되레 광고에 활용
수능지문도 뒤늦게 수사 요청
"부조리 방치가 유착만 키운 셈"
학원 강사는 되레 광고에 활용
수능지문도 뒤늦게 수사 요청
"부조리 방치가 유착만 키운 셈"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지문에 이어 2022학년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모의평가에서도 사교육 업체와 같은 지문이 출제된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평가원이 출제한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영어 32번이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와 동일한 지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이 아닌 6월 모의평가는 이의 제기 신청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당시 교육부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해당 학원 강사는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동일 문제 출제를 광고에 활용했다. 한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학원 교사가) 평가원이 지문을 가져오는 사이트를 알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처는 2023학년도 수능에서도 이어졌다. 2022년 11월 치러진 수능에서 영어 23번 문제는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책 <투 머치 인포메이션>의 일부를 발췌해 출제됐다.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사설 모의고사와 일치했다. 당시 수능 직후 ‘같은 지문이 출제됐다’는 이의신청이 접수됐으나, 평가원은 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문항이나 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 제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의신청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평가원은 “영어 23번 문항은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동일한 출처의 지문을 활용했으나 지문의 출처만 같을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달랐다”며 “(사설 모의고사와 겹친 이유는)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능이 끝난 지 8개월 만인 작년 7월 이 문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수험생들의 이의 신청에도 ‘문제 없다’고 일관하다가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자 손을 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 손 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사실상 방치하며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수능 문항과 관련한 이의 제기가 발생하면 평가원, 교육부 등 교육 당국은 방어적인 태도로 덮기에만 급급해 수험생들만 희생양이 됐다”며 “출제위원들 간 유착 관계로 서로 견제가 되지 않는 등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 출제 정교성과 출제위원 풀 확대 등 수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평가원이 출제한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영어 32번이 사교육 업체 모의고사와 동일한 지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능이 아닌 6월 모의평가는 이의 제기 신청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당시 교육부는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해당 학원 강사는 “고민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동일 문제 출제를 광고에 활용했다. 한 입시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학원 교사가) 평가원이 지문을 가져오는 사이트를 알고 있다”는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처는 2023학년도 수능에서도 이어졌다. 2022년 11월 치러진 수능에서 영어 23번 문제는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교수의 책 <투 머치 인포메이션>의 일부를 발췌해 출제됐다. 첫 문장부터 끝 문장까지 사설 모의고사와 일치했다. 당시 수능 직후 ‘같은 지문이 출제됐다’는 이의신청이 접수됐으나, 평가원은 심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문항이나 정답 오류에 대한 이의 제기가 아니기 때문에 이의신청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평가원은 “영어 23번 문항은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지문과 동일한 출처의 지문을 활용했으나 지문의 출처만 같을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 등이 달랐다”며 “(사설 모의고사와 겹친 이유는) 우연의 일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수능이 끝난 지 8개월 만인 작년 7월 이 문제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가 수험생들의 이의 신청에도 ‘문제 없다’고 일관하다가 대통령이 사교육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자 손을 쓰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 손 볼 기회가 있었는데도 사실상 방치하며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수능 문항과 관련한 이의 제기가 발생하면 평가원, 교육부 등 교육 당국은 방어적인 태도로 덮기에만 급급해 수험생들만 희생양이 됐다”며 “출제위원들 간 유착 관계로 서로 견제가 되지 않는 등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 출제 정교성과 출제위원 풀 확대 등 수능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