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포스트모던 소설 개척…'거미여인의 키스' 푸익
아르헨티나 출신 세계적인 소설가 마누엘 푸익(1932~1990)은 국내에선 <거미여인의 키스>로 잘 알려져 있다. 포스트모더니즘(개성과 자율성, 대중성 등을 중시한 문화 사조) 소설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푸익은 영화 조감독, 식당 아르바이트, 번역 등을 하며 경력을 쌓다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1968년 첫 번째 소설 <리타 헤이워스의 배반>을 발표했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프랑스 르몽드가 ‘최고의 소설’로 꼽기도 했다. 그의 두 번째 작품 <색칠한 입술>(1969)도 출간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군사정부가 다음 작품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의 판매를 금지한 이후 푸익은 멕시코로 망명해 <거미여인의 키스>를 쓰기 시작했다. 동성애와 정치범의 사랑을 다뤘다는 이유로 아르헨티나에서 판매 금지를 당했으나 해외에선 대성공을 거뒀다. 1985년 이 작품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가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수상했다.

양성애자로 알려진 푸익은 동성애를 소재로 삼은 작품을 여럿 발표했으나 그의 작품은 동성애를 넘어 전체 소외된 자들의 삶을 다룸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했다. 푸익의 대표작 <거미여인의 키스>는 오는 21일 국내에서 연극으로 개막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