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군이 8일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지상·해상의 적대행위 금지구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최근 사흘 연속 서해 완충구역에서 포 사격을 하자 합의에 얽매여 군사적 불리함을 감당하지 않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앞으로 군은 서북도서와 군사분계선(MDL) 인근에서 각종 사격훈련을 재개할 방침이어서 9·19 합의는 사실상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은 3000여 차례 9·19 합의를 위반했고 서해상에서 지난 3일 동안 연속으로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며 “이에 따라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군 당국의 발표는 9·19 합의 중 1조2항에 따른 ‘적대행위 중지구역’ 설정을 지키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합참 관계자는 “해상뿐 아니라 지상 적대행위 금지 구역도 무효화됐다”고 해석했다. 기존 합의에 따르면 1조2항은 육상에서 MDL 기준 남북 각각 5㎞ 구간 포병 사격훈련을 금지하고, 해상에선 동·서해 완충구역을 정해 상호 사격훈련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해상완충구역에서 합의를 수시로 위반했다. 2022년까지 15차례 이곳에 포를 쐈고, 지난 5일 200여 발, 6일 60여 발, 7일 90여 발 등 3일 연속 포사격 도발을 감행했다. “남북이 합의한 포문 폐쇄 조치 역시 지켜지지 않은 날이 더 많았다”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

앞서 우리 군은 작년 11월 23일 9·19 합의 중 1조3항에 해당하는 비행금지구역의 효력을 정지했다. 같은 달 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한 게 계기가 됐다. 여기에 9·19 합의의 핵심 조항인 1조2항까지 무력화되면서 9·19 합의는 폐기 수순을 밟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