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d 비판 쏟아낸 美경제학자들 >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2024 연례총회(ASSA)’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재니스 에벌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왼쪽부터), 제임스 하인스 미시간대 교수,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 교수가 캐서린 럼펠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사회로 세션 발언을 하고 있다.   샌안토니오=박신영 특파원
< Fed 비판 쏟아낸 美경제학자들 >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2024 연례총회(ASSA)’에서 참석자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재니스 에벌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왼쪽부터), 제임스 하인스 미시간대 교수, 에미 나카무라 UC버클리 교수가 캐서린 럼펠 워싱턴포스트 기자의 사회로 세션 발언을 하고 있다. 샌안토니오=박신영 특파원
올해 ‘미국경제학회 2024 연례총회(ASSA)’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실패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이를 바로잡지 못한 경제학자들의 뼈아픈 자성이었다. 2022년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당시 Fed는 시장의 비판에 귀를 닫은 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고, 경제학자들 또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바로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Fed, 인플레 일시적 문제로 치부”

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ASSA 현장에서 만난 장유순 인디애나주립대 교수(한미경제학회장) 등 한미경제학회 소속 참석자들은 “Fed가 통화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좀 더 외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이번 학회에서 강하게 제기됐다”고 말했다.

Fed는 2022년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확장 재정 여파 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시장에서 커지는데도 “일시적인 문제”라며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장 교수는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은 ‘페드 리슨스(Fed Listens)’라는 제도를 통해 시장의 의견을 정기적으로 듣는다”며 “이처럼 통화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성현 성균관대 교수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점도 이번 미국경제학회의 주요 특징으로 꼽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Fed가 통화 긴축정책을 펴는 와중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보조금·세제 혜택 패키지를 줄지어 내놨고, 그 결과 통화 긴축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것이다.

임금 상승이 인플레 이끌어

미국경제학회에서는 노동시장이 인플레이션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점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깊은 반성이 이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으로 초과 저축까지 생기자 노동 시장에서 구직자들이 사라졌다. 이후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일상생활은 정상화됐지만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임금 상승률이 치솟았다는 것이다. 높은 임금 상승률은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었다. 김 교수는 “구인난을 제대로 예측한 이코노미스트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책임론이 커지면서 몸을 사리기 시작한 Fed 내 분위기도 이번 학회를 통해 감지됐다. 이윤석 미국 시러큐스대 교수는 “Fed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근 통화정책 결정에서 외부 시선에 대한 압박을 굉장히 많이 느끼고 있다”며 “Fed의 채용이 최근 거의 동결 상태”라고 했다.

올해 美 대선이 가장 큰 경제 변수

한미경제학회 멤버들은 올해 가장 큰 경제 변수로 미국 대선을 꼽았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각종 포퓰리즘적인 정책을 쏟아낼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과 채권 등 시장의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Fed의 금리 인하는 올해 하반기께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장 교수는 “고용시장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경제 지표가 고금리 상황에서도 잘 버텨주고 있다”며 “물가가 다시 오를 우려도 있는 만큼 Fed로선 경제 상황을 더 지켜보다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니스 에벌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팬데믹 이전 추세로 경제가 회복하고 있지만 장기 성장으로 이어질지 의심된다”며 “고령화, 세계 분쟁 증가, 국제 무역 파편화 등의 역풍에 맞서 장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생산성 증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과거와 달리 인공지능(AI)이 화두로 떠올랐다. 미 재무부 차관보 출신인 캐런 다이넌 하버드대 교수는 “AI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GDP가 늘어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다”고 전했다.

샌안토니오=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