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판매가 낮추자…'공급과잉' 우려로 WTI 4% 하락 [오늘의 유가]
"글로벌 수요 우려에 바닥 무너져"
지난주 10개월만에 최대 매도세
리비아 생산중단
·중동 확전은 변수

사우디아라비아가 원유 판매가를 인하하면서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지자 국제 유가가 8일(현지시간) 4%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4,01% 하락한 70.7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유럽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3월물은 전장보다 3.01% 내린 76.39달러에 거래됐다.
사우디 판매가 낮추자…'공급과잉' 우려로 WTI 4% 하락 [오늘의 유가]
이는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가 원유 판매가를 인하한 결과로 분석된다. 전날 아람코는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 지역에서 아랍경질유 공식판매가(OSP)를 2달러 이상 낮췄다. 아시아 지역 공급가는 2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그룹 애널리스트는 "이는 중국과 글로벌 수요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며 "올해 주식 시장은 약한 출발을 보이고 있으며 사우디의 이 소식으로 인해 바닥이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올해 추가 감산을 예고하고 있지만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생산량을 늘리며 손발이 안 맞는 모양새다. 아프리카 2대 산유국으로 꼽히는 앙골라는 감산에 반대하며 지난달 OPEC 탈퇴를 선언했다. 토니 시카모어 IG 애널리스트는 "석유 재고 증가, OPEC과 비OPEC 국가의 생산량 증가, 예상보다 낮은 사우디 공식판매가 등 펀더멘털에만 집중한다면 원유에 대해 약세 외에는 아무것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원유 시장은 10개월 만에 가장 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한 주 간 시장에서 WTI와 브렌트유 신규 매도는 약 6만1000건 늘었다. 지난해 3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워렌 패터슨 ING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움직임은 주로 신규 공매도가 시장에 진입한 데 따른 것으로 총 공매도는 한 주 동안 2만8758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20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윌로우스프링스 공원에서 석유 펌프잭이 가동되고 있다. AFP
2020년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윌로우스프링스 공원에서 석유 펌프잭이 가동되고 있다. AFP
리비아 최대 유전지역에서 발생한 생산 중단 사태는 하락세를 일부 돌려세웠다. 리비아국영석유공사(NOC)는 지난주부터 시작된 시위를 이유로 리비아 남서부 엘 샤라라 유전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7일 발표했다. 이 유전 하루 생산량은 약 37만 배럴로 추산된다. 시위대는 더 많은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발전을 위한 정부 투자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이어지는 확전 위기는 여전히 유가가 튀어오르게 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이 지난 2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정치국 2인자인 살레흐 알 아루리 부사령관을 암살한 데 이어 8일 레바논 남부 한 마을에서 위삼 하산 알 타윌 헤즈볼라 사령관을 사살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