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 눈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  뉴스1
지난 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 눈발이 휘날리고 있다. 사진= 뉴스1
9일 하루종일 서울과 경기 지역에 눈이 내렸다가 그치기를 반복했지만 다행히 퇴근길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영상 1~2도 기온이 유지된 덕분에 적지 않은 적설량에도 눈이 쌓이지 않아서다. 기상청은 기온이 내려간 밤사이 내린 눈으로 10일 출근 시 빙판길 가능성이 있다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올겨울 유독 잦은 눈비에 대해 전문가들은 ‘삼한사온’이 사라지고 강추위와 따뜻한 날씨가 길게 반복되는 ‘십한십일온’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작년 12월부터 전날까지 서울 지역의 강수량은 총 88.9㎜를 기록했다. 벌써 2022~2023년 겨울 강수량 71.8㎜를 넘어섰다. 서울 지역에서 눈비가 내린 ‘강수일 수’도 겨울 시작 40일째인 이날까지 총 21일에 달했다. 지난겨울의 수도권 평균은 ‘18.5’일이었다. 겨울에 들어선 뒤 절반 동안 눈비가 내린 셈이다.

엘니뇨 현상 때문에 저기압이 수증기를 공급받는 ‘호수효과’가 올해 강하게 나타나는 게 눈비가 잦은 이유로 꼽힌다. 기상청 관계자는 “눈구름이 형성되는 서해는 수온이 평년 대비 2~3도가량 높다”며 “눈이 오는 날에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높은 게 올겨울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전날 수도권을 중심으로 최고 적설량 15cm의 폭설을 예고했다. 대설 예보를 접한 시민들은 교통 체증을 피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길에 나섰다. 서울 도림동에 사는 김지환 씨(34)는 “오전 일찍부터 폭설이 내린다는 소식에 평소 이용하던 버스가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도 이날 오전 10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해 폭설 대응에 나섰다. 기온이 비교적 높게 유지된 덕분에 쌓인 눈은 없었지만, 녹은 눈에 미끄러워진 길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0분께 이천시 제2중부고속도로 신둔IC 부근 이천 방면 도로에선 화물차와 승용차 등 21대가 부딪힌 다중추돌 사고가 났다.

이날 오후 눈구름이 남하하면서 기상청은 수도권과 강원권의 대설주의보를 해제했다. 10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충북 및 경북 북부 최대 10㎝, 제주 산지 최대 8㎝ 등이다.

통상 한반도에서 겨울엔 시베리아 고기압의 세력이 커지는 사흘간 한파가 찾아오고, 나흘간 날씨가 풀리는 삼한사온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번 겨울엔 10일가량을 주기로 맹추위와 비교적 따뜻한 날씨가 번갈아 찾아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상청의 지난해 12월 기후동향에 따르면 가장 평균 기온이 높았던 9일(영상 12.4도)과 가장 낮았던 22일(영하 8.2도)의 기온차가 20.6도에 달해 기상관측 이후 월별로 가장 폭이 컸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북극 찬 공기를 가두는 ‘에어커튼’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의 파장이 짧아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북극이 뜨거워지며 찬 공기를 밀어내 한기와 냉기의 충돌 현상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시온/안정훈/조철오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