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 신용(대출+카드빚)이 사상 처음으로 5조달러를 넘었다. 물가 상승률 둔화와 연이은 연휴로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후불 결제 사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8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 신용은 지난해 11월에 전월보다 237억달러 증가한 5조34억달러(약 6567조원)로 집계됐다. 2022년 11월 이후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증가폭 예상치인 80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소비자 신용이 5조달러를 넘은 것은 194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물가상승률이 둔화하면서 신용카드 사용 증가세가 가팔라진 모습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9월 3.7%를 기점으로 10월 3.2%, 11월 3.1%로 상승률이 둔화했다. 작년 11월 신용카드 사용액 등 리볼빙(이월 결제) 신용은 17.7% 급증하며 2022년 3월 이후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자동차 및 학자금 대출과 같은 비리볼빙 신용은 1.5%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소비자 신용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후불 결제 소비가 늘어난 것도 소비자 신용 증가의 요인으로 분석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 어도비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소매업체의 후불 결제는 전년보다 14% 늘어난 166억달러(약 21조7855억원)로 집계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마켓워치는 금리 인하 기대로 대출 등의 증가세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