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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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이 임차한 주택에 대표이사 등 임원이 거주할 경우 중소기업 직원이 거주하면 쓸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중소기업 소속 직원의 주거 안정을 돕기 위해 마련된 관련 법의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부동산 임대업체 A사가 중소기업 B사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 인도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거주한 사람이 피고의 대표이사였음을 이유로 피고가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고 볼 수 없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 결론을 수긍한다"고 판시했다.

A사는 2019년 12월 B사와 서울 용산구 소재 아파트를 보증금 2억원, 월세 1500만원 조건으로 2019년 12월 12일부터 2021년 12월 11일까지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 임대계약 체결 당시 B사의 대표이사였던 C씨는 2019년 12월 12일 아파트를 인도받고 이듬해 2월 전입신고를 마친 후 그곳에 거주했다.

A사는 2021년 9월 B사에 계약 갱신 거절 의사를 표시하면서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아파트 인도를 요구했다. 하지만 B사는 중소기업기본법에서 정한 중소기업으로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항력을 갖춘 임대인임을 전제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A사는 소송으로 맞섰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한 후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쳤을 때는 제삼자에 대해 효력(대항력)이 생긴다'고 규정한다. 이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 3에서 정한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A사는 재판 과정에서 "법인이 임차인인 경우 계약갱신청구권 규정이 적용될 수 없고, 설령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아파트의 실제 거주자는 대표이사로 B사의 직원이라고 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직원'이란 일정한 직장에 근무하는 사람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임원'을 제외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임원을 제외한다고 해석하더라도 실제 거주자는 현재 B사의 임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영세한 중소기업이 복지 차원에서 소속 직원의 주거 안정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한 취지 등을 고려하면 위 조항에 규정된 '직원'에 대표이사 등 임원들까지 포함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속 직원의 주거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월 임대료 1500만원은 지나치게 비싸고, 피고가 원고에게 임대계약 체결 당시 대표이사와 그 배우자가 신혼집으로 사용할 용도라고 말한 점 등을 고려하면 B사가 이 사건 아파트를 직원용으로 빌렸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정한 '직원' 및 '주거용 임차'의 의미에 관해 최초로 명시적으로 판시한 판결"이라며 "중소기업인 법인이 그 소속 직원 거주를 위한 주택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경우 대항력 부여 요건에 관한 기준을 제공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