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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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수도권에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 매수자한테 중과세율을 물리지 않기로 했다. 지방의 ‘악성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제 혜택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가 10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는 이 같은 내용의 지방 사업 여건 개선 대책들이 담겼다. 이날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2년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로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산정 과정에서 주택 수에서 빼주겠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 수에 해당하는 세율이 적용돼, 세금이 감면되는 효과가 있다. 세금 중과 부담 때문에 지방 주택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잠재적 매수자들의 수요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존 1주택자가 지방 미분양 주택을 최초 구입할 경우 1세대 1주택 특례도 적용된다.

다만 고가의 대형 주택은 해당되지 않는다. 전용면적 85㎡ 이하면서 취득가격이 6억원 이하인 주택이 대상이다. 다만 국토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의 94%가 전용 85㎡ 이하라, 대다수 물량이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오는 5월 주택 수 제외 관련 시행령을 고칠 예정인데, 이달 10일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한 건설 사업자가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경우 원시취득세의 최대 50%를 1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해주기로 했다. 올해 1~12월 준공되는 취득가액 3억원 이하, 전용 85㎡ 이하 미분양 물량 중 12월까지 2년 이상 임대계약이 체결되는 주택이 대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다음달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악성 미분양 주택 매입도 추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추이와 분양가 할인 등 건설업계의 자구노력, 임대수요 등을 고려해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H의 ‘역할론’을 둘러싸고는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적절한 조치라는 시각이 있는 한편, 국민 세금을 들여 민간 부실을 막는데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은 건 부동산 경기 악화로 지방 건설업계의 사정이 특히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의 전체 악성 미분양 물량 1만465가구 중 8376가구(80%)가 지방 몫이었다. 전남(1339가구)과 제주(1028가구), 대구(1016가구), 부산(863가구), 경북(843가구) 등에 준공 후 미분양이 집중돼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 숫자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지방) 건설업체도 많다”며 “위기가 더 커지기 전에 건실한 업체에 유동성을 공급하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