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서학개미 ETF 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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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ACE, KODEX ETF 동시상장
ETF 자체 매수로 인한 착시 가능성
ACE, KODEX ETF 동시상장
ETF 자체 매수로 인한 착시 가능성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매수를 추종하는 ETF가 등장했다. 지난달 27일에 상장한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와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다. 예탁결제원에서 관리되는 해외 주식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투자 포인트는 최신 트렌드를 찾기 위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ETF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기초지수를 추종한다. 미국에 상장된 주식 중 최근 3개월 순매수 결제금액, 총결제금액(매수와 매도 결제금액의 합), 보관금액의 기준으로 각각의 순위를 정하고 정해진 순위를 평균하여 상위 10개 종목을 선정한다. 정기 변경은 미국 시장 옵션 만기일인 매월 세 번째 금요일에 실시된다. 상위 5개 종목에 20%, 18%, 16%, 14%, 12%씩 80%를 배분하고 나머지 종목에 4%씩 할당한다.
‘KODEX 서학개미’ ETF는 NH투자증권의 i-Select를 기초지수로 한다. 매월 말 예탁결제원 보관금액 상위 25종목을 편입 종목으로 선정한다. 구성 종목의 편입 비중도 보관금액에 비례하여 정하게 된다. 단 종목별 20%를 넘지는 못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초지수 방법론만 보면 ‘KODEX 서학개미’ ETF는 누적 순매수 금액을 나타내는 보관금액 기준이기 때문에 상위 종목의 변경은 쉽게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25개 종목으로 분산되어 있어 하위 종목군은 최근 트렌드를 민감하게 반영할 수 있을 것이다. ‘ACE 미국베스트셀러’ ETF는 최근 3개월 매매금액이 반영되므로 최신 트렌드가 더 민감하게 반영될 수 있는데 10종목으로 압축하기 때문에 대형 빅테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두 ETF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 보면 상위 10개 종목에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위 ‘매그니피센트7’이라고 불리는 빅테크 종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10종목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ETF만 보유한 종목은 ELI LILLY(일라이 릴리)가 유일하다. 비만 산업의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KODEX 서학개미’ ETF는 하위 종목에서 시장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양자컴퓨팅 시스템을 개발하는 IonQ와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원하는 2D 또는 3D 영상을 만들어내는 Unity Software가 대표적이다. 주의할 점은 ETF의 규모가 커지게 되면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다. 두 ETF가 분석 대상으로 하는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탈(SEIBro)은 개인 거래뿐 아니라 제3의 보관기관을 지정한 거래를 제외한 모든 투자 주체의 거래 데이터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ETF 자체의 매수 결제금액이 원천 데이터에 포함되어 최신 거래데이터를 발굴해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 트렌드를 참고하는 것은 펀더멘털 리서치 못지않게 중요하다. 주식투자는 ‘미인대회’라고 했던가. 나 혼자 좋아하는 것은 실제 수익률과는 거리가 있다. 다른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매수해야 수익률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다.
기존의 테마형 ETF는 장기 성장성을 반영한 투자아이디어 상품이다. 서학개미 ETF는 수급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미국에 상장된 BUZZ ETF는 온라인에 언급된 종목별 투자 센티멘트(Sentiment)를 반영한다. 상품 구성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쉬운 점은 국내에서는 기업이익 또는 밸류에이션 등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한 ETF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적인 예로 기업의 현금흐름을 기반으로 한 미국의 COWZ ETF의 순자산은 약 23조원이다. 그러나 동일한 방법론을 적용한 ‘TIGER미국캐시카우100’은 100억원 수준이다. 박스권에 갇힌 한국 주식시장에서 펀더멘털 중심의 장기투자에 대한 성공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학개미 ETF의 상장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매수 트렌드를 알아보기가 수월 해졌다. 매월 실시되는 두 ETF의 구성 종목 변화만 보면 된다. 시장은 항상 진화한다. 그렇다면 수급을 이기는 다음 ETF 아이디어는 무엇이 될지 기대된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