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가 지난해 10월 15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WB) 총재가 지난해 10월 15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세계은행(WB)이 올해 전세계 경제가 지난해보다 낮은 2.4%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세계경제 성적표는 지난 30년 중 가장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세계은행은 9일(현지시간) 발간한 '2024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세계 GDP 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2%포인트 낮은 2.4%로 전망했다. 지난해 6월 전망치와는 동일하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22년 3.1%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은 "2020년부터 올해까지 세계 경제는 30년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라는 안타까운 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세계은행이 세계경제전망을 발간한 1991년 이래 5년 간 경제성장률 평균치가 가장 낮다는 뜻이다.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1.5%에서 올해 1.2%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개발도상국 성장률은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낮은 3.9%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는 이유로 주요 경제국의 침체, 글로벌 무역 부진, 수십년만에 가장 긴 긴축적 금융 여건 등을 꼽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을 덮친 경기 침체는 글로벌 경제 전망을 어둡게하는 대표 요인으로 거론된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5.1%였던 중국 경제 성장률이 올해 4.5%, 내년 4.2%까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을 받은 2020년과 2022년을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다.

세계은행은 중국 경제가 부동산 부문의 약세와 함께 고령화 및 노동력 감소라는 구조적 역풍을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중국의 성장세 둔화는 아시아 무역 파트너들에게 위협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도 지난해 2.5%보다 낮은 1.6%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팬데믹 기간 모은 저축을 소진했고, 뒤늦은 긴축 효과가 반영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미국은 강한 소비로 예상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 호조로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고 세계은행은 평가했다.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7%로 올해보다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6월 전망치 3.0%보다는 낮다. 인더밋 길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대한 진로 수정이 없다면 2020년대 세계 경제는 기회를 낭비한 10년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