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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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 민영 아파트(민간임대 포함) 분양 물량은 12년 만에 가장 적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갈등 등으로 서울 강남권 등 선호 단지 청약 일정도 줄줄이 밀렸다. 금융비용과 인건비, 원자재 가격 등이 일제히 오르며 분양가는 다락같이 뛰었다.

올해도 청약시장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보다 청약자의 선택지는 넓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리얼투데이와 함께 ‘2024년도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올해 전국 337개 단지에서 총 30만492가구(총가구 기준)의 민영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다. 작년 분양계획 물량(25만8003가구·부동산R114 집계치)보다 16% 많다. 지난해 실제 분양 물량(18만5261가구)과 비교하면 62%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최근 청약 열기가 식고 있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공급이 제때 이뤄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30만 가구 공급"…PF 리스크가 최대 변수
"올해 30만 가구 공급"…PF 리스크가 최대 변수
"올해 30만 가구 공급"…PF 리스크가 최대 변수
"올해 30만 가구 공급"…PF 리스크가 최대 변수

○이달에만 3만4000가구 쏟아져

"올해 30만 가구 공급"…PF 리스크가 최대 변수
올해 전국 민영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은 30만492가구(일반분양은 22만1716가구)로 예측됐다. 작년보단 공급이 늘 것으로 보이지만, 평년과 비교해선 여전히 적은 수준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최근 5개년(2019~2023년) 평균 분양 계획물량은 35만5524가구였다. 올해 실제 공급 물량은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청약심리 악화, PF 부실 우려 등 불확실성이 산적해 건설회사에서 분양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다.

작년만 해도 연초 계획물량(25만8003가구) 중 실제 분양실적은 72%인 18만5261가구에 불과했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초 정부가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청약 규제를 대거 완화한 이후 분양 열기가 잠시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고금리와 대출 규제,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는 동안 분양가 상승세는 지속되면서 청약 열기가 크게 위축됐다. 공사비 갈등, PF 부실 우려 등도 공급을 늦출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로 올해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337개 단지 중 29%인 97개 단지가 아직 구체적인 분양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통상 겨울철은 분양 비수기로 통한다. 하지만 올해는 1월 전국 분양 물량이 3만4325가구로 적지 않다. 오는 4월 총선 전에 분양을 끝내자는 심리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3구 분양 나온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올해 수도권에서 16만5445가구(일반분양 11만8093가구)가 나온다. 나머지 13만5047가구(10만3623가구)는 지방에서 공급된다. 서울에선 3만2882가구(일반분양 1만3386가구)가 출격을 준비 중이다. 작년(2만2332가구)보다 1만 가구 이상 많다. 최근 서울의 분양 성적표는 신통치 않은 편이다.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 동작구 ‘상도푸르지오클라베뉴’ 등에서 100가구가 넘는 미분양이 발생했다. 분양가가 고공행진 중인 데 비해 지난달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올해는 분양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서울에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시세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아파트가 여럿 나오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물량이 주인공이다. 이달 서초구 잠원동에서 공급되는 ‘메이플자이’(총 3307가구)가 올해 강남권 분양의 신호탄을 쏜다. 분양가가 전용면적 59㎡ 기준 인근 아파트보다 10억원 저렴해 ‘로또 분양’으로 통한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641가구), 강남구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282가구),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1097가구),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 레벤투스’(308가구) 등도 상반기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비강남권 분양 단지 중에선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1101가구)와 성북구 장위동 ‘라디우스파크 푸르지오’(1637가구)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각각 2월, 5월 분양 예정이다.

○“선별 청약 기조 이어질 듯”

경기도에선 총 10만5338가구(일반분양 8만2600가구)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반도체 효과’ 등을 누리는 수원과 용인, 평택 등 경기 남부 지역에서 대단지가 공급돼 눈에 띈다. ‘수원 이목지구 1차 디에트르’(2512가구), ‘용인 푸르지오 원클러스터’(1681가구), ‘평택 브레인시티 모아엘가’(1725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에선 연수구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2549가구), 남동구 상인천구역 재개발(2568가구), 부평구 인천산곡 도시환경정비(2475가구) 등 총 2만7225가구가 나온다.

지방에선 부산의 공급 규모가 2만3626가구(일반분양 1만6907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광주(1만9583가구), 충남(1만4955가구), 대전(1만1532가구) 순이다. 작년 분양 물량이 941가구에 그친 대구는 올해 657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작년 분양실적이 제로(0)였던 세종에서도 올해 1540가구가 나온다.

분양가 급등세 속에 올해에도 ‘선별 청약’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2022년 1월 1417만원에서 작년 11월 1701만원으로, 약 2년 새 20.7% 올랐다. 전용 84㎡ 기준 9962만원 뛴 셈이다. 수요자의 자금 부담이 작지 않아진 만큼 인근 시세와 비교해 가격 메리트를 갖춘 곳 위주로 청약을 넣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