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PMI, 독일 공장 생산량 지표는 침체 가리켜
일각 "실업률 감소는 베이비붐 은퇴 때문" 주장도
ECB 통화정책위원, 4개월 내 금리 정책 전환 시사
유럽연합통계국(유로스탯)은 지난해 11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실업률이 6.4%로 집계됐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해 6월 유로존 실업률이 1999년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다. 전월보다는 0.1%포인트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전월 대비 9만9900명 감소한 1097만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만2000명 감소했다. 실업자가 가장 많이 줄어든 나라는 이탈리아로 6만6000명 감소했다.
고용시장이 강세를 보이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수치는 최근 유로존 실물경제의 침체를 나타내는 각종 지표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유로존 제조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22년 7월부터 18개월 연속 50을 밑돌고 있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아래면 경기 침체를 나타낸다. 독일 공장 생산량은 지난해 11월 0.7% 감소해 6개월 연속 하락했다. 티로우프라이스의 유럽 수석 이코노미스트 토마즈 비엘라텍은 "실물 경제의 약세가 아직 노동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낮은 실업률과 경기를 따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로존 실업률이 낮아지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 결과이므로 경기 회복의 신호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2022년 독일 생산가능인구는 63.8%로 5년 전에 비해 1.5%포인트 감소했다. 2035년 독일 생산가능인구는 2018년 대비 4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독일 외교 전문지 인터내셔널폴리틱의 조셉드윅 칼럼니스트는 "실업률은 더 이상 유럽 경제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CB 통화정책위원인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이코노스트림과의 인터뷰에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기 위해 5월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며 올 봄 통화 긴축 정책 전환(피벗)을 시사했다. 그는 "임금이 물가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최근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금리 인하 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5일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내년 초 임금 등 주요 데이터를 모니터링해야 한다"라며 "금리 인하에 대해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