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에서 만난 조 씨의 반려견 '로이'.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10일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에서 만난 조 씨의 반려견 '로이'.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집과 거리가 꽤 멀지만, 또 오게 될 것 같아요.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공간이 생기면 좋겠어요."

10일 오전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코리아의 첫 '반려동물 동반 매장'을 찾은 30대 박모 씨는 "일부러 평일 이른 시간대를 노려 남편, 반려견 '만두'와 함께 방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10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박씨는 "예전보다 반려인과 동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진 것 같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이동 통로가 분리돼 있고, 펫 존에 반려견 전용 식기와 청소도구가 마련돼있는 걸 보고 세심함을 느꼈다"고 말하며 웃음 지었다.

스타벅스 국내 첫 '반려동물 동반 매장' 직접 가보니

(우측부터)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는 강아지 로이와 망고.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우측부터) 포토존에서 포즈를 취하는 강아지 로이와 망고.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또 오고 싶어요" 대만족…스타벅스 '파격 실험' 통했다 [현장+]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5일 경기 구리시 갈매동에 국내 첫 반려동물 동반 매장인 '구리갈매DT점'을 열었다. 개점 후 사흘간 4500명 이상이 찾으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핫플'이 됐다. 오픈 후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대기 리스트'를 작성해야 입장이 가능하고, 이용 시간에도 제한을 뒀지만, 이곳을 찾은 반려인들은 "또 오고 싶다"면서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장에는 리드 줄을 착용한 반려동물이 이용하는 개방형 라운지부터 개별 부스 석, 반려동물 전용 의자, 리드 줄을 걸어둘 수 있는 대기 공간 등이 있다. 곳곳에 배변 봉투물티슈 등의 청소도구가 갖춰져 있어 반려인이 본인이 이용한 공간을 직접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매장은 총 195평 규모의 복층 구조, 142개의 좌석을 갖추고 있었다. 반려동물과 함께 자리할 수 있는 자리인 2층에는 50평 규모의 실내형 '펫 존(pet zone)'이 마련돼있다. 이곳엔 펫 반려동물 전용 식기와 급수대들 뒀고, 반려동물과 함께 취식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외의 공간에는 반려동물을 동반하지 않은 고객들도 즐길 수 있는 공간들로 구성돼 있다.
펫 존의 개방형 라운지에서 반려동물과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펫 존의 개방형 라운지에서 반려동물과 커피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특히 매장 내 제일 인기 있는 공간으로 꼽히는 펫 존은 평일 오전부터 반려견과 함께 카페를 찾은 반려인으로 붐볐다.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서 반려견 '라라'를 데리고 왔다는 40대 이모 씨는 "반려동물 전용 의자가 가장 인상적"이라며 "평소 반려견과 외출할 때는 늘 안고 있어야 해서 불편했는데 음료를 편히 먹을 수 있어 자주 올 것 같다"고 했다.

펫 존을 관리하는 매장 직원은 "주말은 물론 평일 오후에도 부스 석이 늘 만석"이라며 "오픈 첫날엔 부스 석 권장 이용 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권장 시간을 1시간으로 줄일 정도"라고 인기를 전했다. 조경아 스타벅스 구리갈매DT점 점장도 "주말에는 펫 존 개장 시간인 9시 전부터 반려인 전용 출입구에 줄을 서서 입장했다"고 귀띔했다.
매장 이용 고객이 포토존에 반려견을 앉히는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매장 이용 고객이 포토존에 반려견을 앉히는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드라이브스루 부스를 형상화한 포토존 등 공간에서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찍고 즐기는 시민들도 많았다. 경기 하남시에서 왔다는 30대 조모 씨는 "이 정도로 반려동물 동반 공간이 잘 갖춰진 실내 공간은 드물다"며 "지난해 스타벅스 펫 프렌들리 매장도 방문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공간이라 춥거나 더우면 이용이 어려웠다. 이제는 실내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미국 등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 중인 '멍푸치노(반려견 전용 음료)'를 맛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반려동물 전용 식품을 판매하려면 사료제조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스타벅스 측의 설명이다.

'펫 프렌들리' 매장서 발전한 형태…반려인·비반려인 '한 공간에'

반려동물 대기 공간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반려동물 대기 공간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이번 매장은 건물 옥상에 야외 '펫 존(pet zone)'이 있는 스타벅스 '펫 프렌들리(친화)' 매장인 '더북한강R점'에서 발전한 형태다. 기존 펫 프렌들리 매장은 건물 밖에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있는가 하면, 건물 내부로는 반려동물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휴게음식점과 같은 식품접객업소는 동물의 출입이 수반되는 영업을 하려는 경우 식품 취급 시설과 동물 출입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 이에 기존의 '반려동물 동반 허용' 표지가 붙은 매장에 들어가면, 사람과 동물의 활동 공간이 분리돼있었다.

스타벅스, 커피빈 등 일부 카페 프랜차이즈 기업은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 반려동물 동반 출입이 가능한 카페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규제샌드박스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일정 조건으로 서비스를 시장에 미리 출시하게끔 현행 규제를 완화해 주는 제도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규제 특례 확인서를 받았다.
펫 존 외부 구역에서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펫 존 외부 구역에서 매장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펫 존을 제외한 구역은 다른 스타벅스 매장과 다름이 없는 모습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가이드에 따라 음료 제조가 이뤄지는 1층에는 반려동물의 출입이 제한돼 있고, 매장 밖에는 펫 존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반려인 전용 통로가 갖춰져 있었다.

일반 구역에서 매장을 이용하던 40대 윤모 씨는 "반려동물 동반 매장이란 건 알고 있지만 반려인 구역이 분리돼 있어 이용에 불편을 느낀 적은 없다"고 했다. 동네 주민이라고 밝힌 40대 최모 씨는 "동물에 대한 거부감은 없지만 만일 구역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다면 털 날림에 대해 걱정할 것 같다"며 "지금의 운영 방식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함께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매장 측에서는 위생 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다. 조 점장은 "반려동물 매장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청결'인데, 펫 존의 경우 별도의 청소 시간을 두고 위생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오고 싶어요" 대만족…스타벅스 '파격 실험' 통했다 [현장+]
스타벅스는 이번 매장으로 고객 반응을 살핀 뒤 해당 매장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반려동물 동반 매장 개점에 나선 이유도, 늘어난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잡기 위한 시도다. KB경영연구소의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를 살펴보면 전국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 가구'는 552만가구로 전체의 25.7%를 차지한다. 인구수로 따지면 1262만명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반려인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구매력을 갖춘 반려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0년 3조4000억원으로 5년간 78.9% 성장했다. 이 조사에서는 오는 2027년에는 반려동물 시장이 6조55억원 규모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반려인의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와 제품 관련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다만 식품과 관련된 규제샌드박스의 경우 비반려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현행법을 완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