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위 공전에 최종 2명 선정 못해…법원행정처장 교체 후 다시 논의키로
내홍 수습·수사력 보강 등 처장 임명되더라도 과제 산적
공수처장 임기 열흘 남았는데 후임 선정 또 불발…공백 불가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기 처장 추천 논의가 두 달째 공전하면서 지휘부 공백이 사실상 현실로 다가왔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10일 6차 회의를 열었으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자 2명을 선정하지 못했다.

당연직 위원인 법원행정처장이 오는 15일 현 김상환 대법관에서 천대엽 대법관으로 바뀔 예정인 만큼, 이후에 다시 회의를 열어 투표를 진행하기로 위원들이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날 회의는 다음 논의 날짜도 정하지 못한 채 약 1시간 만에 종료됐다.

추천위는 지난해 11월 8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여섯 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8명의 후보군 중 누구를 대통령에게 추천할지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종 후보자 2명 가운데 1명은 진작에 오동운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로 낙점했으나, 나머지 1명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할 수 있는데, 여당 측 위원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찬성표는 그에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추천위는 여야 추천 위원 각 2명, 법무부 장관(대행),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일각에서는 천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부임해 위원들의 인적 구성에 변화가 생기면 조만간 후보 추천 작업이 마무리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추천위가 최종 후보 2명을 추린 뒤에도 대통령 지명,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정 기간 수장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처장은 오는 20일 임기를 마친다.

김 처장을 대행할 여운국 공수처 차장도 28일 임기가 끝난다.

여 차장까지 퇴임하면 김선규 수사1부 부장검사가 직무를 대행하게 되는데 이 경우 사건 처리 등에 관한 주요 의사 결정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출범 3주년을 맞은 공수처는 수사력 부족에 대한 비판, 인력 유출, 조직 내홍 등 여러 문제를 겪고 있다.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 이후 직접 공소 제기한 사건은 3건,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한 건 5건에 그친다.

직접 기소한 사건 중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뇌물수수 혐의 사건은 1심에 이어 이날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부산지검 검사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출범 이후 다섯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공수처 1기 검사 13명 중 남아 있는 사람은 2명뿐이다.

지난해 11월에는 현직 부장검사가 언론에 지휘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어 여 차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해당 부장검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권익위마저 김 처장과 여 차장이 지난해 11월 후임 처장 인선에 대해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부패 행위'에 해당한다며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차기 처장은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는 한편 수사력을 보강하고 정치 편향성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수사 범위와 인력을 확대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