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이끈 IT 판사 "법조계에도 AI 파도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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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AI가 고소장 작성 이어 결과 전망
생산성 3~4배↑…판사역도 눈 앞
"AI가 열사람 몫, 구조조정 앞당겨"
퇴임 앞둔 강민구 서울고법 부장판사
AI가 고소장 작성 이어 결과 전망
생산성 3~4배↑…판사역도 눈 앞
"AI가 열사람 몫, 구조조정 앞당겨"
“인공지능(AI)은 컴퓨터, 이메일, 스마트폰이 등장했을 때보다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킬 큰 물결입니다. 시민들이 재판 결과를 쉽게 예측하는 시대가 열리고 재판 지연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4기)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로 인해 법조계 전반에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 부장판사는 법원에서 보기 드문 정보기술(IT) 전문 법관으로 꼽힌다. 컴퓨터가 흔치 않던 1988년 법관으로 임용되자마자 서울 용산의 한 매장에서 조립식 PC를 구입해 판결문 작성에 활용해 법원 내부에서 주목받았다. 1997~1998년 사법부의 종합법률정보시스템 구축작업 실무를 맡았다. 2016년에는 대법원 사법정보화발전위원장을 맡아 차세대 사법정보화시스템의 규격을 짜고 종합법률정보시스템 개선작업도 총괄했다.
36년간 재직하면서 사법부의 디지털전환을 이끈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말 정년퇴직할 예정인 그는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디지털·AI 관련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강 부장판사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시민들이 소송 결말을 쉽게 예측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바드, GPT4 등 범용 AI에선 간단한 고소장 등을 작성할 수 있다”며 “올해 안에 승소 가능성이 몇%인지, 진다면 손해배상액은 얼마일지 등 웬만한 답을 얻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법조인의 업무 효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 부장판사는 “관련 자료 검색·선정·요약, 외국 자료 번역 후 자동 요약, 계약서 초안 작성 등 거의 모든 업무에서 AI가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며 “성능 좋은 법률 전문 AI를 도입하면 잡무 부담을 줄이고 각종 소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판 과정에서 결론보다 판결 이유 논리 작성에 품을 들이는 재판부 관행에도 변화를 예상했다. 강 부장판사는 “AI가 도입되면 판결 이유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식으로 작성하고 결론 도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법관의 사건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변호사 업무를 두고도 “1인당 생산성이 지금보다 3~4배 뛸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변화로 법조 인력시장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부장판사는 “미국 양대 법률정보회사인 웨스트로와 렉시스넥시스의 AI를 쓰면 월 20만원가량을 내고 거의 완벽한 도우미를 얻게 된다”며 “낮은 연차 변호사 5~10명이 할 일을 AI가 하면서 주요 로펌에서 인력 감축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세대 안에 컴퓨터가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AI가 일부 간이 사건 재판에서 판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 부장판사는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달 ‘판결문 작성 도우미 AI 구상’ ‘생성형 AI 활용’ 등을 제안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리며 막판까지 사법부의 기술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판결문을 포함해 법원에서 잠자고 있는 각종 법률 데이터를 민간에 널리 공유해야 법률 전문 AI를 발전시킬 양질의 기초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4기)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로 인해 법조계 전반에 엄청난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 부장판사는 법원에서 보기 드문 정보기술(IT) 전문 법관으로 꼽힌다. 컴퓨터가 흔치 않던 1988년 법관으로 임용되자마자 서울 용산의 한 매장에서 조립식 PC를 구입해 판결문 작성에 활용해 법원 내부에서 주목받았다. 1997~1998년 사법부의 종합법률정보시스템 구축작업 실무를 맡았다. 2016년에는 대법원 사법정보화발전위원장을 맡아 차세대 사법정보화시스템의 규격을 짜고 종합법률정보시스템 개선작업도 총괄했다.
36년간 재직하면서 사법부의 디지털전환을 이끈 인물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이달 말 정년퇴직할 예정인 그는 개인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디지털·AI 관련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강 부장판사는 생성형 AI를 이용해 시민들이 소송 결말을 쉽게 예측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미 바드, GPT4 등 범용 AI에선 간단한 고소장 등을 작성할 수 있다”며 “올해 안에 승소 가능성이 몇%인지, 진다면 손해배상액은 얼마일지 등 웬만한 답을 얻는 게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법조인의 업무 효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강 부장판사는 “관련 자료 검색·선정·요약, 외국 자료 번역 후 자동 요약, 계약서 초안 작성 등 거의 모든 업무에서 AI가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며 “성능 좋은 법률 전문 AI를 도입하면 잡무 부담을 줄이고 각종 소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재판 과정에서 결론보다 판결 이유 논리 작성에 품을 들이는 재판부 관행에도 변화를 예상했다. 강 부장판사는 “AI가 도입되면 판결 이유는 레고 블록을 조립하는 식으로 작성하고 결론 도출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법관의 사건처리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변호사 업무를 두고도 “1인당 생산성이 지금보다 3~4배 뛸 것”이라고 봤다.
이 같은 변화로 법조 인력시장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강 부장판사는 “미국 양대 법률정보회사인 웨스트로와 렉시스넥시스의 AI를 쓰면 월 20만원가량을 내고 거의 완벽한 도우미를 얻게 된다”며 “낮은 연차 변호사 5~10명이 할 일을 AI가 하면서 주요 로펌에서 인력 감축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세대 안에 컴퓨터가 인간의 지성과 감성을 넘어서는 ‘기술적 특이점’이 오면 AI가 일부 간이 사건 재판에서 판사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 부장판사는 퇴임을 한 달 앞둔 지난달 ‘판결문 작성 도우미 AI 구상’ ‘생성형 AI 활용’ 등을 제안하는 글을 법원 내부망에 올리며 막판까지 사법부의 기술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판결문을 포함해 법원에서 잠자고 있는 각종 법률 데이터를 민간에 널리 공유해야 법률 전문 AI를 발전시킬 양질의 기초데이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