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가 왜 여기서 나와?"…뜬금없는 '스와로브스키' 등장에 깜짝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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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업체인 스와로브스키는 1895년 오스트리아에서 생겨났다. 이 회사는 100년 넘게 크리스탈을 다듬으며 주얼리 사업 한우물을 팠다. 이 회사가 뜬금없이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 등장하면서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이 회사는 CES에서 독일 차부품 업체인 콘티넨털과 손잡고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선보였다. 스와로브스키는 목걸이·귀걸이를 만들 때 쓰는 크리스털을 세계 최초로 차량용 디지털콕핏(디지털 계기판) 패널로 탈바꿈시켰다. 크리스털 패널은 기존 제품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것은 물론 밝기·화질도 우수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1895년부터 주얼리 사업 한 우물을 파왔던 스와로브스키의 '외도'는 섬세한 크리스털 세공 능력과 광학현미경 등의 발전을 바탕으로 했다.
미국 선글라스 회사 레이벤은 스마트글라스 업체로 진화할 조짐을 보인다. CES 2024에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손잡고 만든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선보였다. 299달러(약 38만원)에 팔리는 이 제품은 오른쪽 안경테에 달린 버튼으로 사진과 동영상 촬영, 음악 재생 등이 가능하다.
이들 기업은 물론 로레알과 월마트, 소니, 구보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산업 경계를 넘나들면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푸드테크(푸드+기술)는 물론, AI, 모빌리티 기업 등 협업할 수 있는 회사를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있다"며 "두산로보틱스 등과는 함께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협업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업의 경계가 흐릿해진 빅블러 시대는 '무한경쟁'을 불러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ES 2024 현장 곳곳에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하고, 가전기업이 모빌리티 기업과 충돌할 징후가 포착됐다. 유모차가 느린 속도로 홀로 스스로 주행하다 신호등이나 사람 앞에서는 멈춰선다. 아이의 편안한 수면을 돕기 위해 앞뒤로 흔들리는 동시에 조용한 백색 소음도 제공한다. 2020년 출범한 캐나다 스타트업 글룩카인드의 인공지능(AI) 유모차 '로사'는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로사는 탄소섬유와 엔비디아 칩이 내장됐다.
글룩카인드는 1932년 출범한 노르웨이 명품 유모차 업체인 스토케 등도 주목하는 회사로 급부상했다. 케빈 황 글룩카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스토케만이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며 "업종을 불문한 모든 업체가 경쟁자"라고 말했다.
CES에 전시장을 차린 일본 스타트업 윌텍스는 기존 섬유업체들과 맞불을 채비다. 윌텍스는 라스베이거스 유레카파크에서 전자레인지 가방 ‘윌쿡’을 선보였다. 이 회사 직원은 관람객들에게 "가방에 손을 넣어보라"고 권했다. 5초 만에 뜨끈뜨끈해졌다.
가방에 담은 차가운 주먹밥과 핫도그는 5분 만에 김이 났다. 20만원에 파는 이 제품은 열전도율이 높은 발열 섬유로 만들었다. 이 제품은 일본 섬유업계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러 판로를 뚫어 생산량을 늘려나가는 등 몸집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농기계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놓고 모빌리티 업계와 경쟁할 전망이다. 올해 CES에 처음 참가한 일본 농기계 업체 구보다는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용한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이 트랙터는 날씨를 비롯한 주변 변수를 적용해 가장 최적화된 작업량을 추산한다.
세계 3위 농기계업체인 구보다는 그동안 세계 1위 농기계 회사인 존 디어 등과 비교해 자율주행과 AI 도입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 AI 등 기술을 적용한 트랙터X를 도입하는 등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CES에 참가한 LG생활건강 전시장은 이날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에 선보이는 휴대용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통해 몸이나 옷에 타투를 새기려는 사람들이 몰려서다. 임프린투가 활용하는 타투 그림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AI '엑사원 아틀리에'에서 조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입술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메이크업을 제공하는 기기인 ‘립큐어빔’을 선보여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모빌리티 사업의 무한경쟁은 유독 심하다. 전 세계 빅테크·자동차업체는 협업하느냐 충돌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소니와 파나소닉, 퀄컴, 구글, 아마존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이번 CES 전시장 한복판에 자동차를 배치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CES에서 소니와 혼다는 마이크로소프트(MS)·퀄컴, 파나소닉은 인피니티와의 '사업동맹'을 전격 발표했다. 소니가 혼다와 손잡고 생산할 계획인 전기차 ‘아필라’에 퀄컴 ‘통합칩셋(SoC)’과 MS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 파나소닉은 인피니티의 2025년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X80’에 차량용 오디오·스피커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AI 경쟁력 순위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에 이은 6위를 나타냈다. 세부 내용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AI 민간투자는 세계 18위, AI 인재 경쟁력은 12위 수준에 그치는 등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익환/황정수/허란 기자 lovepen@hankyung.com
이 회사는 CES에서 독일 차부품 업체인 콘티넨털과 손잡고 차량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선보였다. 스와로브스키는 목걸이·귀걸이를 만들 때 쓰는 크리스털을 세계 최초로 차량용 디지털콕핏(디지털 계기판) 패널로 탈바꿈시켰다. 크리스털 패널은 기존 제품보다 한층 고급스러운 것은 물론 밝기·화질도 우수해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1895년부터 주얼리 사업 한 우물을 파왔던 스와로브스키의 '외도'는 섬세한 크리스털 세공 능력과 광학현미경 등의 발전을 바탕으로 했다.
옅어진 업의 경계
'업(業)의 경계’가 옅어지고 있다. 산업과 산업을 가르는 장벽이 무너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로봇 등 첨단기술이 빅블러 시대를 앞당길 '촉매제' 역할을 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는 '빅블러 시대'의 개막을 알린 자리다.미국 선글라스 회사 레이벤은 스마트글라스 업체로 진화할 조짐을 보인다. CES 2024에서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와 손잡고 만든 스마트글라스 '레이밴 메타'를 선보였다. 299달러(약 38만원)에 팔리는 이 제품은 오른쪽 안경테에 달린 버튼으로 사진과 동영상 촬영, 음악 재생 등이 가능하다.
이들 기업은 물론 로레알과 월마트, 소니, 구보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산업 경계를 넘나들면 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은 "푸드테크(푸드+기술)는 물론, AI, 모빌리티 기업 등 협업할 수 있는 회사를 집중적으로 둘러보고 있다"며 "두산로보틱스 등과는 함께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협업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업의 경계가 흐릿해진 빅블러 시대는 '무한경쟁'을 불러오고 있다. 10일(현지시간) CES 2024 현장 곳곳에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경쟁하고, 가전기업이 모빌리티 기업과 충돌할 징후가 포착됐다. 유모차가 느린 속도로 홀로 스스로 주행하다 신호등이나 사람 앞에서는 멈춰선다. 아이의 편안한 수면을 돕기 위해 앞뒤로 흔들리는 동시에 조용한 백색 소음도 제공한다. 2020년 출범한 캐나다 스타트업 글룩카인드의 인공지능(AI) 유모차 '로사'는 CES 2024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로사는 탄소섬유와 엔비디아 칩이 내장됐다.
글룩카인드는 1932년 출범한 노르웨이 명품 유모차 업체인 스토케 등도 주목하는 회사로 급부상했다. 케빈 황 글룩카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스토케만이 우리의 경쟁자가 아니다"며 "업종을 불문한 모든 업체가 경쟁자"라고 말했다.
대기업 위협하는 스타트업
CES에 전시장을 차린 일본 스타트업 윌텍스는 기존 섬유업체들과 맞불을 채비다. 윌텍스는 라스베이거스 유레카파크에서 전자레인지 가방 ‘윌쿡’을 선보였다. 이 회사 직원은 관람객들에게 "가방에 손을 넣어보라"고 권했다. 5초 만에 뜨끈뜨끈해졌다.
가방에 담은 차가운 주먹밥과 핫도그는 5분 만에 김이 났다. 20만원에 파는 이 제품은 열전도율이 높은 발열 섬유로 만들었다. 이 제품은 일본 섬유업계의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여러 판로를 뚫어 생산량을 늘려나가는 등 몸집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농기계 업체들은 자율주행 기술을 놓고 모빌리티 업계와 경쟁할 전망이다. 올해 CES에 처음 참가한 일본 농기계 업체 구보다는 AI와 사물인터넷(IoT) 등을 적용한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이 트랙터는 날씨를 비롯한 주변 변수를 적용해 가장 최적화된 작업량을 추산한다.
세계 3위 농기계업체인 구보다는 그동안 세계 1위 농기계 회사인 존 디어 등과 비교해 자율주행과 AI 도입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0년 AI 등 기술을 적용한 트랙터X를 도입하는 등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빌리티 놓고 빅테크 충돌
로레알을 비롯한 화장품 기업은 뷰티테크(뷰티+기술)에 도전장을 냈다. 로레알은 CES2024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뷰티 앱 ‘뷰티 지니어스’를 선보였다. 이 앱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피부와 모발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조언을 건넨다. 이 앱의 시연에 나선 니콜라 이에로니무스 최고경영자(CEO)를 향해서는 “피부 상태가 꽤 좋지만, 주름이 좀 있다”고 평가했다.CES에 참가한 LG생활건강 전시장은 이날 북새통을 이뤘다. 이번에 선보이는 휴대용 타투 프린터 ‘임프린투’를 통해 몸이나 옷에 타투를 새기려는 사람들이 몰려서다. 임프린투가 활용하는 타투 그림은 LG AI연구원이 개발한 AI '엑사원 아틀리에'에서 조달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입술 상태를 진단하고 맞춤형 메이크업을 제공하는 기기인 ‘립큐어빔’을 선보여 CES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모빌리티 사업의 무한경쟁은 유독 심하다. 전 세계 빅테크·자동차업체는 협업하느냐 충돌하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소니와 파나소닉, 퀄컴, 구글, 아마존을 비롯한 정보기술(IT) 기업이 이번 CES 전시장 한복판에 자동차를 배치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CES에서 소니와 혼다는 마이크로소프트(MS)·퀄컴, 파나소닉은 인피니티와의 '사업동맹'을 전격 발표했다. 소니가 혼다와 손잡고 생산할 계획인 전기차 ‘아필라’에 퀄컴 ‘통합칩셋(SoC)’과 MS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다. 파나소닉은 인피니티의 2025년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X80’에 차량용 오디오·스피커 시스템을 공급할 계획이다.
韓, AI 경쟁력…선진국에 밀려
무한경쟁 시대의 패권은 AI 등 첨단기술력이 가를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의 AI 기술력은 주요국과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삼일PWC경영연구원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AI 경쟁력 순위는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에 이은 6위를 나타냈다. 세부 내용을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AI 민간투자는 세계 18위, AI 인재 경쟁력은 12위 수준에 그치는 등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라스베이거스=김익환/황정수/허란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