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제 준비하는 송경용 이사장…"그분의 용기와 담대함 필요한 세상"
故문익환 목사 30주기…"모두가 벽을 문처럼 차고 나갈 수 있길"
오는 18일이면 신학자이자, 시인, 사회운동가로서 민주화·통일 운동에 앞장섰던 늦봄 문익환(1918∼1994) 목사가 세상을 떠난 지 꼭 30년이 된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만난 송경용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문 목사를 "민주주의, 인권, 평화, 통일 전 분야에 걸쳐 아주 뚜렷한 족적을 남기신 분"이라며 "그렇기에 30주년을 앞둔 지금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아주 상식적이고 공기처럼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던 가치들에 의심을 갖게 되잖아요.

남북은 점점 긴장 상태로 가고…. 그렇다고 우리가 평화와 통일에 이르는 길을 포기할 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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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이사장은 "어떻게든 평화라는 씨앗을 보존하고 평화로 가는 길이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의무이고 과제란 생각이 든다"며 "문 목사의 30주기가 그 전기(轉機)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1918년 중국 룽징(龍井·용정)에서 태어난 문 목사는 신학자이자 성서 번역가로 살다 예순에 가까운 1975년 친구였던 독립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죽음 이후 유신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다.

1989년에는 정부 허가 없이 북한에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만나 회담하는 등 통일 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송 이사장은 1970년대 말부터 집회 현장이나 강연장에서 문 목사를 봐왔다고 했다.

성공회 신부가 된 뒤로는 종교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하며 문 목사와 연을 맺었다.

故문익환 목사 30주기…"모두가 벽을 문처럼 차고 나갈 수 있길"
송 이사장은 문 목사가 "대륙적 품성과 담대함을 지닌 사람"이었다고 회고하면서 "역사적 존재로서 그분이 경험하고 체험한 시공간은 우리와 다르기에 늘 경계 너머의 세계를 보실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한 일화를 전했다.

문 목사는 과거 북한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지금 국경을 넘고 있다'는 안내에 "내가 자유롭게 넘나들던 우리 터전인데 국경이 어딨느냐"며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만약 목사님이 살아계신다면 남과 북을 향해 호통을 치시면서도 그 모든 걸 껴안고 앞장서서 지혜를 주셨을 것 같다"며 웃었다.

송 이사장은 문 목사가 남긴 말 중 세 문장을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벽을 문으로 알고 차고 나가라', '세상에 꽃 중에는 사람 꽃이 제일 보기 좋고 제일 마음을 밝게 해주는 꽃이구나', '통일은 민족의 부활이다'가 그것이다.

송 이사장은 "이 세 문장 안에 목사님의 모든 사상과 신앙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지금 젊은이들만 하더라도 취업 문제부터 수많은 벽이 겹겹이 있잖아요.

그 벽을 문처럼 차고 나갈 수 있는 용기와 담대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도구화하고 상품화하는 지금 사회에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잊지 않았으면 하고요.

우리 민족이 서로 갈라져 반목하고 대립하는 죽음의 상태에서 자주적 노력으로 새롭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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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문익환 목사 30주기…"모두가 벽을 문처럼 차고 나갈 수 있길"
늦봄문익환기념사업회는 문 목사의 30주기를 맞아 오는 13일 마석 모란공원에서 기념문화제를 연다.

노동·시민사회·학계 인사,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가족, 문 목사의 아들인 배우 문성근씨 등 1천여명이 참석하는 이 추모 행사에서는 우리 사회의 모든 열사를 기리는 동시에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 평화선언문'도 발표될 예정이다.

송 이사장은 "기념문화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올해 내내 뮤지컬, 미술품 전시, 음악 공연 등 각종 행사를 이어갈 것"이라며 "문익환이라는 한 인간이 보여줬던 넓고 깊은 세계를 같이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