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한파에 치솟은 천연가스 가격, 과매수 우려에 소폭 하락 [원자재 포커스]
전날 7% 치솟은 뒤 하루 새 4% 하락
예상 밖 한파에도 천연가스 재고 증가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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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지역에서 불어닥친 한파와 겨울 폭풍으로 인해 치솟았던 천연가스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미국 내 천연가스 재고가 늘어나면서 수요를 앞지를 것이란 관측이 나와서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천연가스 선물(2월물) 가격은 백만BTU(열량 단위)당 전 거래일 대비 0.151달러(4.73%) 하락한 3.0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미 지역서 확산한 한파로 인해 전날 하루 새 7.05% 상승한 뒤 다시 하락한 것이다. 천연가스 2월물은 작년 11월부터 지난달 12일까지 40% 급락했지만, 이후 약 한 달간 다시 42% 치솟았다.
예상 밖 한파에 치솟은 천연가스 가격, 과매수 우려에 소폭 하락 [원자재 포커스]
미국에선 따뜻한 겨울이 찾아올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미국 워싱턴주,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한 40개 지역에서 강풍과 눈보라를 동반한 겨울 폭풍이 불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상청은 겨울 폭풍 주의보를 내린 상황이다. 항공 추적사이트 플라이트 어 웨어에 따르면 미국 내부를 오가는 항공편 1300여개가 결항하기도 했다.

BOK 파이낸셜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데니스 키슬러는 배런스에 "심각한 한파가 미국 중부 지역부터 남부 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며 "현재 미국에 불어온 한파는 향후 천연가스 저장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파는 다음 주까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조사기관 냇가스웨더는 "북극에서 비롯된 한파가 다음주 주말까지 미국에 진출할 것"이라며 "미국 북부를 비롯해 텍사스주 등 전역에 한파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상 밖 한파에도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내 천연가스 재고가 수요를 웃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서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미국 내 천연가스 재고량은 5년 평균값보다 13% 많은 상태다.

지난 3~10일 미국 48개 주의 천연가스 생산량도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난 1023억입방피트를 기록했다. 가스 수요량인 1012억입방피트를 앞지른 수치다. 천연가스 재고가 넉넉한 덕에 해외로 수출되는 액화천연가스 물량도 하루 147억 입방피트로 집계됐다.

새해 첫 주 불어닥친 한파도 곧 잠잠해질 전망이다. 미국 기후예측센터는 엘니뇨가 오는 3월까지 북반구에 영향을 주면서 평균 기온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전날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것이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키슬러 애널리스트는 "앞선 상승 랠리는 쇼트 커버링 영향으로 보인다"면서 "단기 조정이 따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쇼트 커버링이란 공매도 투자자의 시세 전망이 예상을 벗어나면, 되레 매수를 늘려 상품 가격이 치솟는 현상을 뜻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