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저격수' 대선 경선포기…바이든, 격전지서 트럼프에 역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맞서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사진)가 10일(현지시간) 중도 사퇴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표적 경합지로 꼽히는 곳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석 달만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섰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이날 뉴햄프셔주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내가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게 분명해졌기 때문에 선거 운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식으로든 트럼프가 다시 미국의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돕고 싶다"며 "여러분도 각자 분노에 공감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 투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에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주지사를 지낸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됐으나 2021년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인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했다.

그는 '트럼프 저격수'를 자처하며 공화당 대선 경선에 도전했으나 지지율이 2~3%에 그쳤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사퇴로 공화당 내 '반 트럼프' 성향의 표심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쪽으로 몰릴 지 관심이 쏠린다.

헤일리 전 대사는 오는 15일 첫번째 공화당 경선지역인 아이오와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뒤질 가능성이 크지만 두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일 발표된 CNN의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32%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추격 중이다. 이 조사에서 크리스티 전 주지사가 기록한 12%의 지지도가 헤일리 전 대사 쪽으로 몰리면 승산이 있다는 예상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CNN이 아이오와에서 주최한 공화당 경선 후보 토론화에서 "1·6사태 당시 대통령으로서 면책특권이 있다"고 주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같은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타운홀 미팅에 출연해 "나는 나의 러닝메이트가 누가 될 지 알고 있지만 지금은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펜실베이니아주의 대선 가상 대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3개월만에 역전을 허용했다.

퀴니피액대가 지난 4~8일 펜실베이니아 유권자 16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에 3%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10월 같은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45%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에 2%포인트 밀렸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경합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승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백악관에 입성했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