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내림세 홍콩 증시…"바닥권 가깝지만 급반등 없다"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는 홍콩 증시가 새해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내다보면서도 올해 반등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오후 2시 기준 홍콩H지수는 1.72% 오른 5514.05에 거래 중이다. 5거래일만의 반등이다. 홍콩H지수는 지난해 13.96% 내리며 4년 연속 하락 마감했다. 최근 4년간 홍콩H지수와 항셍지수는 각각 50.73%, 40.74% 하락했다.

홍콩증시 상장사의 대부분은 중국 본토 기업이다. 중국이 리오프닝에 나서며 홍콩이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홍콩H지수 하락은 이와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배경이 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화권 증시가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분석한다. 별다른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던 중국 정부가 연말을 지나며 정책을 선회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다. 최근 중국 인민은행은 정책은행에 3500억위안(약 64조원) 규모의 담보보안대출(PSL) 공급을 재개했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아온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홍콩H지수의 지지선을 5000~5500선으로 제시했다. 본격적인 부양책이 언급되는 만큼 추가적인 지수 하락은 10% 이내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홍콩H지수의 향후 12개월 예상수익 대비 주가 비율(포워드 P/E)은 6.9배로 MSCI 신흥국지수(11.6배)에 비해 크게 낮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홍콩 증시의 핵심 변수는 정부 정책"이라며 "경제정책이 가시화될 3월 양회 이후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중화권 증시 반등에 배팅하는 분위기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항셍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지난해 12월 개인 순매수 규모는 81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9월(31억30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새해 들어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항셍지수 관련 ETF를 70억원 가량 사들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항셍지수는 10.55% 하락해 아직 손실권일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홍콩 증시가 바닥권에 근접했다고 내다보면서도 단기간에 'V자'형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진단한다. 중화권에 대한 외국인 자금 유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증시에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307억위안으로, 최근 8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무디스는 홍콩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카막샤 트리베디 책임자는 "중국의 경제 재개 붐에 대한 베팅은 좋지 않은 예측이었다"며 "중국과 신흥국 시장은 구별해 살펴봐야한다"고 밝혔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