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웠다
오마르 워싱턴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을 받는 일은 그 사람의 선택에 달렸으므로.

나는 배웠다. 아무리 마음 깊이 배려해도
어떤 사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인생에선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보다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보다
그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내도 거기엔 늘 양면이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겐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고 떠나야 함을.
더 못 가겠다고 포기한 뒤에도 훨씬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것을 나는 배웠다.
깊이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드러낼 줄 모르는 이가 있다는 것을.
내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남을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정이 계속되듯 사랑 또한 그렇다는 것을.

가끔은 절친한 친구도 나를 아프게 한다는 것을.
그래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에게 용서를 받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 해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두 사람이 다툰다고 서로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며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또 나는 배웠다. 때론 남보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두 사람이 한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은 다르다는 것을.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 앞선다는 것을.
친구가 도와달라고 소리칠 때 없던 힘이 솟는 것처럼
자신의 삶이 순식간에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글 쓰는 일이 대화하는 것처럼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
가장 아끼는 사람이 너무 빨리 떠나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것과
내 주장을 분명히 하는 것을 구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그리고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받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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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매력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고두현의 아침 시편]
이 시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과 함께 CEO들이 무척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세상사는 지혜가 시 속에 다 녹아 있기 때문이지요. 기업경영과 고객 서비스의 원리까지 담겨 있습니다.

제가 아는 기업인도 이 시를 자주 애송합니다. 가끔 후배 직원들에게 몇 구절을 암송해 주기도 하죠. 일상의 소소한 지혜와 너그러움을 일깨우고, 겸허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해주며, 자신의 인생철학까지 그대로 비추는 시라면서 말이죠.

“내가 행동을 잘해서 다른 사람이 좋아하게 해야지, 행동을 시원찮게 해놓고 남이 자기를 좋아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지요. 정직하게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방법이란 걸 배웠어요. 아무리 얇게 벗겨도 앞면과 뒷면이 있다는 표현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모든 사람과 사물엔 양면이 있지요. 두 면을 다 보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걸 이 시에서 배웠습니다.”

기업이나 단체는 여러 사람의 꿈을 안고 가는 생명체인 동시에 서로를 끊임없이 평가하는 전쟁터죠. 어떤 일을 맡으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그렇게 최선을 다하다 보면 의외의 결실까지 따라옵니다.

스트레스도 생기지 않습니다. 스트레스는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나쁜 결과가 생길 때 오는 증상이니까요. 최선을 다하고 두 번 세 번까지 해봐도 안 되면 그땐 어쩔 수 없지만, 두 번까지 최선을 다해서 안 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면 무엇보다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보다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면서 말이죠. 정말로 실력이 있으면 배짱 좋게 살 수 있고, 실력이 없으면 남의 눈치를 보게 돼 있습니다.

진정한 실력이란 뭘까요.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택해서 종일 일해도 지치지 않을 정도로 일을 하며 희열을 느끼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의미 있게 조직을 이끄는 사람’, 즉 리더가 되지요.

리더가 되면 현장을 왜 중시해야 하는지도 알게 됩니다. 현장에 가면 전체가 보이고 모든 문제와 해결책도 보이기 때문이지요. 어떤 사람의 ‘매력’이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다음은 서로 배워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 또한 현장입니다.

때로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을 아프게 체득하곤 합니다. 하지만 후회할 일은 아닙니다. 이는 ‘한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시각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것과 ‘일어난 일에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하다’는 깨달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요.

이 시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중 ‘더불어 사는 소중함’과 관련한 일화가 하나 생각납니다. 찰리 채플린이 무명 시절 철공소에서 일할 때 얘기입니다. 어느 날 일 때문에 몹시 바쁜 사장이 그에게 빵을 좀 사 달라고 부탁했죠. 사장은 저녁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채플린이 가져다준 봉투를 열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빵과 함께 와인 한 병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장이 채플린에게 어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채플린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장님은 일이 끝나면 언제나 와인을 드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와인이 떨어진 것 같아서 제가 둘 다 사 왔습니다.”

채플린의 말에 감동한 사장은 채플린의 일당을 올려주었고, 이후로 그를 대하는 태도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합니다. 이런 자세라면 어떤 일을 해도 뛰어난 성과를 얻게 돼 있죠. 남에 대한 관심과 관찰에서 나온 배려의 결실은 언제나 풍요롭습니다.

여기, 삶과 배움에 관한 명언 하나를 덧붙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우는 데 한평생이 걸린다. 어떻게 죽는 것이 옳은지를 배우는 데도 한평생이 걸린다.” (고대 로마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


■ 고두현 시인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유심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