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일 중국산 양극재의 LG화학 특허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을 둘러싸고 중국과의 2차전지 기술 경쟁이 첨예한 가운데 나온 조치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배터리업계에선 이번 조사를 한·중 간 2차전지 특허 분쟁의 ‘신호탄’으로 여기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무역위원회를 열고 ‘NCM811’(니켈·코발트·망간 비율 8 대 1 대 1) 양극재를 국내로 수출하는 중국 기업 세 곳과 이를 수입하는 국내 배터리 기업 한 곳을 대상으로 특허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무역위원회는 특정 물품의 수입으로 국내 산업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을 경우 이를 조사·판정하는 산업부 산하 기구다.

이번 조사는 중국 양극재 업체의 경쟁사인 LG화학이 지난해 12월 1일 조사를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LG화학은 자사가 보유한 분말 형태 양극재 제조 특허를 이들이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무역위 조사를 시작으로 중국과의 2차전지 특허 분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이 국내 기업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올라온 데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계기로 중국산 양극재의 국내 우회 수출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주력 상품인 하이니켈 양극재도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높아졌다”며 “기술력에 별 차이가 없어지면서 특허 침해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위는 일본 기업 반도체에너지연구소가 신청한 중국 스마트폰용 제조사의 2차전지 특허 침해 건도 조사하기로 했다. 반도체에너지연구소는 중국 기업이 제조해 한국으로 수출한 스마트폰에 자사 특허기술로 만들어진 2차전지 기술이 들어갔다며 지난해 9월 말 조사를 신청했다. 천영길 무역위 상임위원은 “이번 특허권 침해 조사는 2차전지 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