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매각에 'SBS 지분 담보'까지 내걸어
태영 "4월까지 유동성 문제 해결 가능"…계열사 매각이 관건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가 11일 확정되면서 태영그룹이 제시한 자구계획이 앞으로 어떻게 이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자산부채 실사를 거쳐 기업개선계획 이행 약정이 체결되는 오는 4월까지 자구계획이 얼마나 충실히 이행되는지가 원활한 워크아웃 절차 진행을 위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지난 5일 "실사를 거쳐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는 3∼4개월의 기간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부족 자금은 대주주가 책임지고 부담해야 한다"며 태영 측에 강도 높은 자구안 제출을 압박했다.

지난 10일에는 "실사 과정에서 약속한 자구계획 중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우여곡절 끝 워크아웃 개시…'꼭 살려내겠다' 태영 자구책
태영건설은 작년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TY홀딩스(27.8%)와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10.0%)·윤세영 창업회장(1.0%)이 보유한 태영건설 주식에 대한 경영권 포기, 의결권 위임, 감자 및 주식처분 동의, 태영건설 보유 자산의 담보 제공 또는 매각 확약 등을 담은 자구계획을 제출했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의 태영건설 지원,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 추진,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자산유동화와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 등 지주회사 TY홀딩스 차원의 자금 지원방안도 담겼다.

이에 대해 채권단에서 '알맹이 없는 자구안'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지난 9일 'SBS 지분 담보'를 내건 추가 자구계획을 제시했다.

추가 자구안에는 TY홀딩스가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 지분을 담보로 리파이낸싱 또는 후순위 대출을 받아 기존 담보대출(76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같은 자구계획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정으로 태영건설의 유동성이 부족해질 경우 신규 자금 지원을 위해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보유한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모두 채권단에게 담보로 제공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윤세영 창업회장이 "태영건설을 꼭 살려내겠다"며 이 같은 방침을 밝힌 데 대해 태영 측은 "대주주 지분을 모두 걸겠다는 각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석민 회장은 TY홀딩스 지분 25.4%를, 윤세영 창업회장은 0.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은 36.3%다.

다만 이 가운데 윤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씨가 TY홀딩스에 330억원을 대여하면서 담보로 제공받은 SBS 지분 6.3%는 제외된다.

태영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5가지 자구계획 중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천549억원의 지원은 논란 끝에 지난 8일 마무리 지은 상태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890억원을 태영건설에 직접 지원하지 않고 TY홀딩스의 연대채무 상환에 사용하면서 '미이행' 논란이 일었고, 결국 지난 8일 TY홀딩스가 윤재연 씨로부터 빌린 돈과 윤석민 회장을 대상으로 416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마련한 돈 등을 합쳐 890억원을 직접 태영건설에 투입했다.

계열사 에코비트 매각과 관련해서는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한 사모펀드 KKR과 공동매각 합의서를 체결하고 매각을 추진 중이다.

태영은 KKR과 에코비트 지분을 50%씩 나눠 갖고 있다.

이밖에 블루원에 대해서는 자산유동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태영그룹은 이미 제시한 자구계획이 철저히 이행되기만 하면 기업개선계획을 마련하고 이행약정을 체결하게 되는 오는 4월까지 유동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기업가치가 2조∼3조원으로 평가받는 에코비트 매각에 성공하면 상당한 금액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채권단 역시 전날 회의를 연 뒤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된다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및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채권단도 언급했듯 계열사를 매각하는 방안이 자구계획에 포함된 만큼 매각이 지연되면 자금이 제때 수혈되지 않아 태영건설의 유동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특히 자구계획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에코비트는 제법 덩치가 큰 회사인만큼 이른 시일 내에 주인을 찾기 힘들 수도 있다.

또 인수합병(M&A) 시장 부진 분위기와 맞물려 급매물로 나오면 제값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실제로 태영 측이 손에 쥐는 액수는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

태영 측이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태영과 채권단이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의 태영건설 지원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워크아웃이 무산될 위기까지 겪었던 것처럼 자구계획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양측 간 갈등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